규정과 다르게 미술품 구입…국립현대미술관, 부당 업무처리 16건 적발

by이윤정 기자
2023.01.09 09:58:28

전문가 의견과 달리 5천만원 상향 조정
일반구입 26점 구입가, 자의적 조정
수익금 3200만원,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
'이건희 컬렉션' 등 4억원 규모 수의계약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수집규정과 다르게 미술작품을 구입하는 등 부당하게 업무처리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직 관리와 업무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2022년 10월 24~11월 4일) 결과 16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하고, 미술관에 국고환수(시정) 및 경고·주의를 요구하거나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사진=뉴시스).
먼저 작품구입 결정 시 ‘작품수집·관리규정’과 다르게 자의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작품 구입 가격도 전문가 의견과 다르게 최대 5000만 원 고가 매입을 하는 등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술관은 작품수집규정 제5조에서 일반구입 수집작품의 제안권자를 관장·학예직 및 관장이 선정하는 50인 이내의 외부 전문가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2020년 세부지침을 제정하면서 내부 학예직의 제안권자를 축소했다. 당초 50명으로 운영하던 외부 전문가도 2021년부터 11명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일반구입 제안은 2020년 72건에 비해 2021년 8건, 2022년 34건으로 감소했다.



경매구입 시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학예직 7~8명 등 한정된 인원에게만 카카오톡 등을 통해 경매일정과 경매작품 등의 안내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일반구입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제안이 위축되면서 작품구입 과정의 투명성과 다양성 확보를 저해했다. 또한 경매구입이 제안된 115건 중 40건의 응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해 16건을 최종 낙찰받기도 했다. 경매구입 시에는 제안자의 응찰보고서로 가치평가위원회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일반구입을 결정한 279점 중 26점의 구입가격을 합리적 이유나 일관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조정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은 가치평가위원회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고 5000만 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미야지마 타츠오’의 ‘카운터 갭’은 가치평가위원회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1000만 원을 하향 조정했다.

문화재단은 국고에 반납해야 할 수익금 3200만 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해 국고 납입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 윤범모 관장의 경우 기관 유튜브 해킹에 안일하게 대응해 추가 피해 예방기회를 상실하고, 미술관 내 만연한 갑질 행위도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했음을 확인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등 4건은 4억 원 규모의 자의적 수의계약을 부당하게 체결했고,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관련해서는 모니터가 고장난 채 전시되는 등 작품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감사 결과(사진=문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