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마리 물고기 뇌파 동시에 측정...신약 연구 정확성 높인다

by강민구 기자
2020.06.17 09:16:16

김소희 DGIST 교수팀, 뇌파동시측정 기술 개발
뇌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 활용 기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 마리의 뇌파만을 측정할 수 있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신경계 질환 치료에 쓰이는 신약 후보물질 연구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김소희 로봇공학전공 교수 연구팀이 여러 마리 성체 제브라피쉬의 뇌파를 동시에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뇌전증 치료약의 효과도 검증했다고 17일 밝혔다.

제브라피쉬 여러마리에서 뇌파를 동시에 측정한 방식.<자료=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브라피쉬는 척추동물로 인간과 70% 유사한 유전정보와 생체기관을 갖고 있다. 신약 개발의 첫 단계에 활용해 세포를 대상으로 한 기초 연구단계와 설치류 대상 비임상시험 단계 사이에 사용될 동물로 주목받는다. 제브라피쉬를 여러 마리 활용하면 투입된 약물이 주는 영향을 신속·정확하게 관찰하고, 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초기에 감별해 연구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한 번에 제브라피쉬 한 마리만 뇌파측정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성체 제브라피쉬 여러 마리를 안정적으로 고정시켜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고정유닛과 약물 주입·교환 유닛이 결합된 장치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장치를 활용하면 환경 변화 없이도 약물 교환과 연속적인 뇌파를 측정하고, 여러 마리에서 오랜 시간 비침습적 뇌파 측정도 가능하다. 비침습적 검사는 사람 몸에 고통을 주지 않고 실시하는 검사 유형으로 X-선, 에코-EKG, EEG, 초음파 등이 주로 사용된다.



장치의 유닛을 확장하면 동시 측정 가능 개체 수를 쉽게 늘리고, 뇌파 측정 후 제브라피쉬를 다시 수조로 돌려보내 오랜 시간 추적 관찰도 가능하다.

이를 신약 개발·연구에 활용하면 뇌신경계 질환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여러 후보약물들을 여러 마리의 제브라피쉬에 동시에 투입해 뇌파 반응 연구에서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김소희 교수는 “뇌전증이나 수면 장애, 자폐증 등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스크리닝 단계에 활용할 수 있다”며 “처리 속도가 느린 뇌파의 약점을 극복하고, 정확도가 높은 뇌파의 장점을 바탕으로 약효 관련 연구를 진행해 후보물질 초기 스크리닝 단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