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오지 최전방 부대 '주치의', 軍 원격의료 5000회 돌파
by김관용 기자
2016.01.20 09:55:06
현재까지 육군 30, 해군 및 해병대 8, 공군 2개소 대상 원격의료 실시
예방에서 부대 복귀까지 일괄 책임지는 원스톱 의료지원 체계 구축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어디가 불편한가요?”
“침 삼킬 때마다 목이 아프고 몸에 열도 좀 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먼저 환자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고 스코프로 목과 편도선 확인을 해보도록 할께. 의무병은 환자관찰장치를 환자에게 착용시켜줘”
의료진이 없는 최전방 격오지 부대 장병이 성남 분당에 위치한 의료종합상황센터 군의관에게 원격진료를 요청한 후 나눈 대화다.
국군의무사령부는 20일 격오지부대 군 원격의료 5000회를 기념해 군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종합상황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진료 5000회를 달성한 군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군의관이 없는 격오지부대 장병들에게 시·공간의 제약을 해소하고 항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군 생활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행된 사업이다.
군은 2014년 12월 29일 의료종합상황센터와 21사단 2개 휴전선 감시 초소(GP)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1월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운영을 위해 총 22억원의 예산(국방부 14억원, 미래창조과학부 8억원)을 투입하고 장비보강 및 인력확충을 실시해 현재 전 군 40개소(육군30, 해군8(해병2), 공군2)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 격오지 부대 장병이 군의관으로부터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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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는 그 동안 진료 및 건강상담을 실시하면서 진료인원에 대한 지속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질병악화를 방지했다. 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동상 등 주요 질환에 대한 건강교육으로 질병 예방에도 기여했다.
국방부에서 40개소 격오지부대 장병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격진료 서비스가 대면진료에 비해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에 80%의 장병들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체만족도 측면에서 89%의 장병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 전방사단 부GP장은 “의무병만 있었던 기존에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고 환자가 GP에서 철수하는 경우도 생겨 임무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난 이후 전문의 군의관에 의해 진료를 받기 때문에 적시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진료사이트에 와야만 진료 받을 수 있다 보니 야외에서 훈련이나 행군 중에는 이용할 수 없다. 또 주간 뿐 만 아니라 야간훈련 등을 해야 하는 군인들에게는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의무사령부는 지난해 3월 부상 현장에서의 접근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 ‘응급환자 신고 앱’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응급환자 신고 앱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음성통화, 화상통화, 위치전송이 가능하고 의무사의 의료종합상황센터만이 아니라 전 군에 위치한 군 병원의 응급실과도 원터치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다. 훈련이나 행군 등 어느 곳에서나 핸드폰만 연결되면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육군 기준 전 간부의 84%가 설치했을 정도로 응급환자 신고 앱은 군 장병들에게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강원도 전방사단 나모 중위는 산악훈련 중 10m 높이의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추락의 충격으로 거동을 할 수 없었던 나 중위는 갖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군 응급환자 신고 앱을 실행해 당시 응급환자 지원센터(현 의료종합상황센터)에 상황을 알렸다.
이후 유선으로 환자 의식이 양호하며 머리와 어깨에 출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군의관은 환자의 위치를 전송할 수 있는 ‘내 위치 전송’기능을 통해 정확한 GPS 좌표를 보낼 수 있도록 안내했다. 환자가 앰뷸런스 접근이 어려운 깊은 산중에 있는 것을 확인한 센터는 사고장소에서 가까운 헬기를 요청해 나 중위를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한 후 치료했다.
한편 지난해 8월 개소한 의료종합상황센터는 군 의료체계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 의료종합상황센터는 전 군의 응급상황 발생시 응급환자의 긴급후송과 처치를 담당하던 기존 응급환자지원센터의 기능에 더해 원격의료, 감염병감시, 위탁환자관리의 기능이 더해져 약 4배의 인력과 장비를 확충했다.
특히 의료종합상황센터는 환자발생시 최초 상황 단계부터 개인별 응급처치 킷을 활용한 초기 응급처치, 응급환자 신고 앱을 활용한 신고, 의무후송항공대의 후송에서 군 병원의 처치로 이어지게 하는 응급처치 시스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북한 목함지뢰 도발시 부상당한 김정원·하재헌 중사(진)을 비롯해 전방 헬기레펠 훈련 중 낙상해 중태에 빠진 장병 등 총 45건, 47명의 중증 응급 환자 목숨을 구했다. 헬기 이륙부터 환자를 싣고 병원 후송까지 100% 한 시간 이내에 후송 완료해 후송 간 생존율 100%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감염병 감시팀’은 예방의학과 전문의 군의관 등 3명으로 구성돼 결핵, 쯔쯔가무시 등 군내 감염병에 대한 24시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감염병 발생시 즉각적인 부대 통보, 역학조사팀 파견의 임무를 수행한다. ‘메르스’(MERS)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 시에는 전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각 군병원 및 민간 병원에 요원들을 파견하고 군내 유입 차단과 확산을 방지한다.
또 ‘위탁환자관리팀’은 군내 중증 위탁환자 발생시 민간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해 부대 및 보호자를 면담, 제반 규정과 향후 조치, 치료비 관련 정보를 설명하고 안내한다.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육군 준장)은 “군 원격의료는 의료진이 없는 격오지 부대에서의 환자 처방과 후송 여부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게 돼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