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손성원 "재정위기 최선책은 경제성장"

by지영한 기자
2010.02.10 11:20:38

WSJ 선정 美 `톱5 이코노미스트` 손성원 교수
손 교수 "유럽 재정위기 단기간 해결될 사안 아니야"
"미국경제는 더블딥 피할 가능성 75%..금리는 7~8월께 올릴 듯"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갈 수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누군가 그리스를 구제하는 방안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그러나 심리가 중요하다. 직전 금융위기 때도 시장의 심리가 계속해서 나빠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 손성원 교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미국의 `톱5 이코노미스트`로 선정한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지역 국가에서 불거지고 있는 재정위기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재정적자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경제성장"이라고 밝혔다. 경제가 크게 살아나면 세금이 많이 걷혀 재정적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장세가 약하기 때문에 시장은 각국의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재정위기가 그리스에만 국한된다면 걱정이 없지만,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국가들 역시 재정적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경제 회복세가 약하다 보니 시장은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빙산의 일각`으로 여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따라서 "유럽의 재정위기는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장의 심리를 고려하면 유로존의 재정위기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이슈도 아닌 듯 싶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더블딥(경제가 회복하다가 다시 위축되는 현상)`에 빠질 확률이 25%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이 펑펑 쓰지는 않지만 꾸준히 소비에 나서고 있고, 제조업과 주택시장도 바닥을 쳤기 때문에 미국경제가 `더블딥`을 피할 확률이 75%로 훨씬 더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하되,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 보다는 이 보다 앞선 올 여름, 즉 7~8월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입답.
 


-유로존 일부 국가들의 재정수지악화와 부채비율 상승으로 유럽지역 국가들의 재정위기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영향을 미칠까.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재정 문제가 유로지역 내에서 그리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퍼지고 있다. `컨테이전(Contagion 전염)` 상황이다. 유로화 환율은 작년 4월 달러당 1.5달러를 넘었지만 지금은 1.36달러까지 하락(유로화 가치 하락)했다.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채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그리스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오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하락은 유럽지역의 재정 위기가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 쪽에서는 금년 말 경기부양 자금이 바닥이 난다. 여기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해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 이는 금리상승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약해지면, 중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미국과 유럽지역으로 수출이 안되면 중국 경제가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중국과 교역이 많은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유럽의 재정위기는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정적자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경제성장이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세금이 많이 걷히고 재정적자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각국의 재정적자가 앞으로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시장은 걱정한다. 중국을 빼면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실 그리스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재정위기가 그리스에만 국한된다면 걱정이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들 역시 재정적자가 많다. 이런 가운데 세계경제 회복세가 약하다 보니 시장은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빙산의 일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갈 수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독일 등 누군가 그리스를 구제하는 방안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빌려주는 방안이 있다. 다만, ECB의 정관상 유로 국가에 대한 대출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의 개별 국가들이 돈을 빌려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도가 여유가 있는데, 이들이 그렇게 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밖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IMF는 그리스 정도는 충분히 구제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구제대상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 IMF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가능한 옵션으로 ECB, 독일, IMF 등의 지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심리(Psychology)`가 중요하다. 직전 금융위기 때도 시장의 심리가 계속해서 나빠지면서 걷잡을 수는 상황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최근 유로화 가치 하락폭이 상당하다. 이 같은 시장의 심리를 고려하면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이슈는 아닌 듯 싶다.



-미국 경제를 살펴보자. 교수님께서는 올해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25% 정도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과연 어떠한 문제점들이 나타날 때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까.

▲미국의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5.7%로 꽤 높았다. 그런데 재고 변화에 크게 의존했다.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은 연율 2.8%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연율 2.5~3% 정도를 기록하면 `더블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2.5% 수준으로 떨어지면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경제의 더블딥을 걱정하는 이유는 3가지가 있다. 우선 미국 정부의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이 금년 말이면 소진된다. 일각에서는 제2 경기부양책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정적자 너무 악화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경기부양책 종료`가 더블딥 우려의 첫번째 이유이다. 또 미국 연준은 올해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 연준이 아직 이자율을 올리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출구전략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출구전략은 더블딥을 우려하는 두번째 이유이다. 여기에다 유럽에서는 현재 재정위기 문제가 발생했고, 중국은 은행들의 융자를 제한하고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를 감안할 때 세계경제 회복세 약화 가능성은 더블딥을 우려하는 세번째 이유이다.

-더블딥 가능성이 25%라면, 반대로 더블딥을 피할 가능성이 75%에 달한다는 말씀인데, 더블딥을 피할 가능성을 훨씬 높게 보고 있는 이유는.

▲미국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경제 전망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 경기는 위축되고, 소비자들이 돈을 계속 쓰면 경제는 성장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들은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 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특히 제조업과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것 같다. 1월 제조업부문 고용은 이번 리세션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시장에서는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고, 모기지 금리도 많이 낮아져 주택구입능력(Housing affordability)이 굉장히 좋아졌다. 주택시장도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앞서 미국 연준이 올 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연준이 만약 금리를 올린다면 미리 7~8월 정도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준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오바마가 이래라 저래가 할 수 없고, 하라고 해도 연준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4년 연임이 확정됐기 때문에,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올려야 할 금리를 그냥 놔두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버냉키로서는 굳이 의회와 대립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버냉키는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저금리를 바라는 정치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선거가 임박해 금리를 올리기 보다는, 중간선거에 미리 앞서 올 여름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1조2500억달러 한도로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매입하고 있다. 그런데 연준은 지난 1월 FOMC 정례회의 발표문에서 MBS 매입을 오는 3월말에 종료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연준이 MBS 매입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좀 있다고 본다. 주택시장 분야가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분의 1에 달한다. 만약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미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면 연준은 MBS 매입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MBS와 관련된 이슈는 2단계로 지켜봐야 한다. 우선 첫 단계는 MBS 매입이 중단됐을 때의 시장에 대한 영향이고, 두번째 단계는 연준이 매입한 MBS의 매각에 나설 때 시장의 반응일 것이다.

◇손성원 교수 =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석좌교수. 다국적 소매 체인인 `Forever 21`의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1944년 광주 출신. 광주제일고 졸업후 미국에 유학,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 LA한미은행장과 웰스파고은행에서 수석 부행장 및 최고 경제 책임자로 근무했다. 웰스파고 근무 전에는 백악관 대통령 경제 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 활동. 2002년 `타임`의 경제 고문단에 위촉됐다. `스타 트리뷴`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네소타 출신 100인`중 한명으로 손 교수를 선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6년 손 교수를 그 해 `최고 이코노미스트`로 선정했고, 최근에는 손 교수를 2009년 `톱5 이코노미스트`으로 뽑기도 했다. 손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와 출구 전략`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