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짧지만 영원한 추억
by경향닷컴 기자
2010.02.03 12:00:00
[경향닷컴 제공]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인기와 함께 요즘 두 프로그램의 촬영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촬영지 중에는 고만고만한 시골마을도 있지만 인근에 볼거리가 많은 곳도 있다.
1박2일 출연진이 대게잡이 체험을 했던 곳이다. 울진은 영덕과 함께 대게의 고향인데, 오래 전부터 원조논쟁을 벌여왔다. 울진 측 주장은 과거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대게를 영덕항에 위판하기 시작하면서 영덕대게의 명성이 알려졌으나, 원래는 울진 대게라는 것이다. 위판량을 봐도 영덕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영덕은 위판량이 적은 것은 어부들이 위판장에 내놓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판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어쨌든 대게가 서식하는 왕돌잠이란 해저산맥은 울진과 영덕이 공유하고 있다. 대게철이 바로 지금이다. 어쨌든 1박2일팀이 묵었던 숙소는 펜션으로 변했고, 드라마 <폭풍의 언덕> 세트장에는 <1박2일>도 찍었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울진은 대게와 함께 볼거리가 꽤 된다. 일단 죽변등대는 올해로 세워진 지 100년이 된다. 지난해 바다고기 전시관이 생겼는데 제법 규모가 크다. 63수족관 수준이라고 한다. 민물고기 전시관도 잘돼 있어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다. 지방의 어쭙잖은 전시시설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인데 울진의 경우 비교적 잘돼 있다. 겨울 울진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덕구온천이다. 땅을 뚫고 온천물을 채취하는 여느 온천과 달리 자연 용출된 온천수를 이용한다. 수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1박2일>팀이 이승기가 우물에 빠진 날을 촬영했던 담양은 볼거리가 지천이다. 일단 원림문화의 진수라는 소쇄원이 유명하고, 관방제림, 대나무숲, 메타세쿼이아길도 좋다.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쫓아가면 대개 여기까지는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성산성도 꽤 아름답지만 잘 모른다. 금성산성은 드라마 <선덕여왕>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산성은 발품을 조금 팔아야 한다. 하지만 산길이 험하거나 어렵지 않으며 30분이면 사진 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 게다가 산성에서는 담양의 너른 들판과 지세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담양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금성산성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산성으로도 유명하다. 성곽에 올라서면 아래 성곽과 함께 그 아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디카족에겐 강추코스다.
죽녹원은 영화 <알포인트>를 찍은 곳인데 담양 대나무 테마공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 366호로 지정돼 있는데 1648년 부사 성이성이 제방을 만들면서 생긴 제방길이다. 수령 200~300년된 고목이 많아서 운치가 있다.
담양의 명물은 떡갈비와 대통밥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 뜨고 있는 음식은 길거리 장터국수다. 죽녹원 인근에서 파는 장터국수와 막걸리 찐계란은 별미. 두 사람이 1만원이면 족하다. 예전엔 장날만 팔았는데 요즘은 매일 판다.
| ▲ 이청준의 고향으로 유명한 장흥 선학동 앞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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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가 떴다>에 나온 선학동은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선학동은 사실 이청준의 고향이다. 장흥에서 나고 자란 이청준은 ‘눈길’ 등 자전적 소설을 많이 썼는데 현지에는 영화세트장과 회진의 갯벌이 남아있다. 사실 전라도는 차진 땅이다. 뭍도 기름지고, 바다도 풍성하다. 부둣가의 전깃불에 의지해 그물과 어구를 싣고 새벽부터 그 차진 갯벌로 일 나가는 어부의 모습은 제법 감동적이다.
장흥은 정남진이라고 불린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봤을 때 정동쪽인 바닷가를 정동진이라고 했다. 경복궁을 축으로 보면 정남진은 장흥이다. 장흥은 바다는 기름져도 아직도 예스러운 마을 풍광을 가지고 있다. 선학동 마을에서 더 들어가면 이청준의 생가인 진목마을이 나오는데 양철지붕창고도 남아있고, 집들도 고만고만하다. 시외터미널은 차없던 시절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1970~80년대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이제 이용객이라곤 노인들뿐이어서 허전하고 안쓰럽다. 장흥에 가면 마치 임권택의 <천년학>처럼, 이청준의 ‘눈길’처럼 가슴 속에 남아있는 아스라함, 전라도말로 ‘징하게 찡한’ 것들을 들춰낼 수 있겠다.
회룡포 마을을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장안사다. 장안사 입구 가게에는 1박2일 촬영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예천군청은 방송이후 주말 1000명 정도 찾았던 여행객이 4~5배 늘었으며 많게는 8000명 이상 온 적도 있다고 한다. 회룡포는 물돌이동. 물길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마을을 에워싸며 돌아간다.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350도로 마을을 휘돌아 흐른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쇠파이프를 박고 철판을 놓아 만든 ‘뽕뽕다리’가 놓여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리가 놓이지 않은 것은 뒷산 쪽으로 승용차길이 있기 때문이다. 해서 굳이 다리를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마을은 더 운치있게 보인다. 과거 비가 많이 와서 수위가 높아지면 아이들을 ‘고무 다라이’에 싣고 학교를 보냈다고 한다. 예천 사람들에겐 소풍길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간 불편하지 않았던 ‘깡촌’이었다.
회룡포는 강마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인근에 삼강주막이 있다. 삼강이란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합류하는 곳인데 회룡포의 하류다. 서울가는 길목으로 장사꾼들이 배를 타고 낙동강을 오르내렸다. 문경새재를 가기 전에는 삼강나루를 꼭 거쳐갔다. 삼강나루는 요즘 관광단지로 재현됐다.
<패밀리가 떴다>에 나온 석모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산행이고, 하나는 드라이브다. 산행을 하려면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게 낫다. 왜냐하면 등산로 시작과 끝이 다르기 때문이다. 등산로는 해명산 입구에서 시작해 보문사에서 끝나는 게 상례다. 버스는 많다. 신촌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강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버스를 탄 뒤 석모도에 내리면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등산객들은 해명산 등산로 입구에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옛사람들이 보기엔 석모도는 바다보다 산이었을지 모른다. 행정지명은 삼산면(三山面)이다. 삼산이란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을 뜻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명산에서 낙가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많이 탄다. 50대로 보이는 남성 3명과 산행을 시작했다. 드라이브는 구석구석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안드라이브 코스는 바다를 바라보며 길이 오르락 내리락 해서 환상적이다.
: 과거엔 중앙고속도로에서 빠졌다. 서울서 가자면 요즘은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IC에서 빠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예천군(054)650-6394, 6395 삼강주막(054)655-3035 백수식당은 육회비빔밥을 잘한다.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비벼먹는다. (054)652-7777
: 울진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빠른 길은 중앙고속도로 영주IC~36번 국도를 타고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가는 방법과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 국도~울진이다. 봉화를 거쳐 가는 길이 경관은 좋으나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조심운전을 해야 한다. 울진읍내의 정원식당(054-783-0430)은 백반집. 식사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밥을 안판다. 7000원. 망양정횟집(054-783-0430)은 해물칼국수집. 8000원. 후포항 인근 동심식당(054-788-2588, 787-6747)은 전복죽이 유명하다. 신용카드 불가. 1만2000원. 덕구온천(054-782-0672).
: 호남고속도로에서 고창~담양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담양까지 간다. 담양에서 순창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금성산성 이정표가 나타난다. 죽녹원은 향교리에 있다. 입장료 2000원. (061)380-3244 www.damyang.go.kr/tourism
: 호남고속도로 광주 톨게이트를 지나 달리다 보면 나주 방면 고속도로가 나온다. 이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동신대 앞으로 이어진다. 나주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장흥 방면으로 달리면 된다. 회진 읍내에 여관이 3~4개 정도 있는데 별로 기대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식당도 고만고만하다. 장흥읍은 25㎞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