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中 보조금 투명성 부족…과잉생산 논쟁 부추겨”

by이명철 기자
2024.07.18 09:53:42

WTO 무역정책 보고서 “中 보조금 정보 불충분해”
전기차·태양광·철강 등 보조금 규모 예측 불가 지적
中측 “보조금은 중요한 정책도구, 무역 정치화 말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미국 대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WTO가 중국의 보조금 정책을 두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과잉 생산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중국측은 즉각 반발하며 무역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2일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의 태양광 발전 기지에서 직원들이 태양광 패널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AFP)


WTO는 17일(현지시간) 내놓은 중국의 무역 정책 검토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보조금 등 자국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정책 검토는 WTO가 회원국 무역 정책을 정기 심사하며 회원국간 평가하는 제도다.

WTO는 중국 정부가 주요 산업에 자본 투자를 하기 위해 마련·운용하는 공공기금의 규모가 1조9000억위안(약 360조원)에서 6조5000억위안(약 1232조원)으로 다양해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WTO는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목했다.

중국은 현재 전기차, 태양광, 반도체, 철강 등 다양한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등 서방에서는 중국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제품을 과잉 생산하고, 싼 가격에 공급해 산업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주요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인상했고,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을 결정했다.

WTO는 “중국 경제의 중요성과 개별 기업 지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 지원책은 글로벌 시장과 개별 산업별 가치 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명성 부족은 일부 산업의 과잉 생산 등에 관한 논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주제네바 미국 대표부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국제 무역 시스템에 도전이 되고 국가 주도의 비시장적 접근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며 “약탈적 산업 관행이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비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WTO 평가에 즉각 반발했다. 산업 보조금은 개발도상국이 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도구라는 이유에서다.

주제네바 중국 대표부는 “WTO에서 (보조금을) 논의할 수 있지만 논의 방향이 회원국의 경제 시스템과 발전 모델에 관한 논의로 이어져선 안된다”며 “일부 국가들은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려 한다거나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려고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최근 WTO에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분쟁을 해결해달라며 전문가 그룹 설립을 요청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WTO에 제소한 바 있는데 합의가 무산되면서 본격 소송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