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자리걸음인데…'날고 뛰는' 해외 원격의료 서비스

by이광수 기자
2021.09.22 18:38:11

[진격의 플랫폼, 혁신과 공정사이] ⑥의료분야
美·英, 모바일 넘어 모빌리티 결합 서비스 나와
네이버 라인도 日서 '라인닥터' 출시
美CVC, 지난해 관련 투자 88억달러…전년 대비 69%↑
국내도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원격의료 길 열려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내 원격의료가 풀리지 않는 규제로 20여년동안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 미국 등 해외 주요국가들의 원격의료 산업은 펄펄 날고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자금도 집중되고 있다.

22일 제약·바이오 벤처 업계에 따르면 해외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점점 세분화 되고 그 범위는 확장되고 있다. 국내는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모바일 영상통화를 통한 의사 진찰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의료와 모빌리티, ICT를 융합한 서비스인 ‘닥고(DocGo)’가 빠르게 확장중이다. DocGo는 수천 명의 의사와 간호사, 응급대원 등을 배치해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의료 진료는 물론 의료 서비스를 모빌리티를 통해 집이나 직장에서 제공받게 하는 것이다. 원격의료와 물리적 치료 사이의 틈을 메우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진=DocGo 인스타그램)
드론으로 각 환자에게 약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집라인(Zipline)이라는 회사도 있다. 드론에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화면이 있어 이를 통해서 의사와 대화 할 수 있다. 환자가 원한다면 외출을 하지 않고도 의사의 진찰을 통해, 약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관계 당국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에는 디지털헬스센터가 별도로 설립됐다. 빠르게 발전 중인 디지털 헬스 분야에 맞춤형 규제와 감독하기 위한 기관이다.



이런 분위기에 투자금도 관련 산업에 쏠린다. 이는 산업계가 해당 분야 성장성을 자신한다는 뜻이다. 투자정보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가 지난해 원격의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에 투자한 규모는 88억달러(약 10조원)로 이는 전년 대비 69%나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펀딩 건수도 310건으로 15% 늘었다.

지난달 미국의 마븐 클리닉(Maven Clinic)은 시리즈D 단계 펀딩을 유치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마븐 클리닉은 출산을 앞둔 이들과 그 이후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불임부터 10세까지 소아과 서비스를 모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한다.

국내는 분위기가 정 반대다. 국내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어서다. 정부가 병원 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진료를 허용하면서 원격의료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에 비해 기초적인 수준만 허용됐고, 이해관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관련 산업 성장은 미미하다.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ICT 서비스 확산 속도가 더디다고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출시됐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은 지난해 말 라인닥터(LINE Doctor)를 출시해 일본 수도권 내 의료기관과 함께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 검색 및 예약부터 진료와 결제까지 모두 기존 라인 앱으로 마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다. 단순 정보제공이 아니라 실제로 처방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원격의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100% 갈 수 밖에 없는 방향”이라며 “여러 이해 관계가 있지만 국민의 편의성과 건강을 우선시 한다면 기존 의료 서비스와 공존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차 병원의 경우 원격의료 서비스가 도입되면 오히려 기회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