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같이 걸어달라" 세월호 비극을 함께 나눈다

by이승현 기자
2017.04.15 21:31:04

시민·생존자·유가족, 추모 문화제서 각자 경험 얘기해
"우리가 꿈꿀 세상을 보다 참되게 하겠다" 다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2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사건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됐지만 그 아픔은 가시지 않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 일반 시민은 이 비극을 함께 나누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참사 3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추모 문화제에서 시민 최영숙(여)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3년째 서울 강남역 출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최씨는 “(2014년 4월 16일) 퇴근하니 딸이 ‘엄마 내가 갔던 그 코스로 동생들이 수학여행을 갔는데, 어떡해, 어떡해!’라며 울고 있었다”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너에게 엄마가 살아낸 시절보다 더 위험하고 힘든 미래를 물려줄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달라져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도 아닌데 얼마나 받고 일하냐는 험한 말도 들어야 했다”며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경험도 얘기했다.

최씨는 “힘들고 긴 시간이 지나도 진실은 꼭 밝혀지고, 내가 누군가 아픔을 같이 하면 내가 아플 때 손잡아줄 누군가가 내 옆에 있을 거라는 걸 (알게 됐다)”며 “하늘에 별이 된 아이들이, 304명의 생명이 준 소중한 가르침이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김성묵(41)씨는 오래기간 트라우마를 겪었던 아픈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그날의 악몽과 고통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을 독하게 먹으며 버텼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지냈다”며 “하지만 내가 살아나온 이유를 찾아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던 중 한 유가족이 연락을 준 덕분에 용기를 내 밖으로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대통령선거 후보들을 향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 적폐청산. 어느 것도 하지 않겠다면 어느 것도 못해 내겠다면 국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무엇이 중요하고 먼저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대선후보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성호군(단원고 2학년 5반) 누나 박보나(23)씨도 시민들 앞에 섰다. 그는 하늘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을 만나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노력할게. 하늘에서 네가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주고 잘 지켜봐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어.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했다.

문화제에서 공연을 한 대금 연주자 한충훈씨는 “올해도 4월은 다시오고 아름다운 너의 눈물로 꽃이 핀다”며 “우리는 너희가 우리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추모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이승환씨는 참가자들에게 “2주기 때보다 많이 와서 감사드린다”며 “머지않은 훗날 진실이 밝혀지고 관련자들이 처벌받아 온전한 그리움으로 그분들의 넋을 어루만졌으면 한다”고 했다.

안순호 4.16연대 공동대표는 그동안 진실을 가로막는 거대권력은 물론 쏟아지는 모욕과 혐오에 맞서 힘들게 싸웠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세월호를 방치하고 진실규명을 방해한 박근혜 새누리당 적폐세력은 아직 살아있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다”며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인간의 존엄은 아직 인양하지 못 했다.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죽음을 지겨워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참은 거짓을 이길 수 없다. 지난 3년을 함께한 국민 여러분이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시작하는 앞으로의 길도 같이 걸어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