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엘, 세계 최대 종자업체 몬산토 품는다

by김경민 기자
2016.09.18 15:18:21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독일 제약회사인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업체인 미국 몬산토를 품에 안는다. 이번 인수로 바이엘은 기존 농약·비료 분야에 종자까지 아우르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바이엘은 몬산토를 부채 90억달러를 포함해 총 660억달러(약 74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몬산토의 시장 가치에 21%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주당 128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독일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올해 이뤄진 M&A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바이엘이 지난 5월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 두 기업은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처음 바이엘이 몬산토에 제시한 인수가는 620억달러였다.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각국 당국과 주주 승인 등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바이엘은 내년 말이면 합병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계약이 파기되면 바이엘은 몬산토에 20억달러의 위약금을 줘야 한다.



몬산토는 1901년 사카린 제조업체로 설립된 이후 1990년대 유전자변형작물(GMO)을 판매하며 성장했다. 현재 세계 종자 시장의 43%를 점유하고 있으며, GMO 종자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청양고추의 특허권도 몬산토가 갖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묘업체들이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서 청양고추의 특허권도 넘어간 것이다.

바이엘은 인수 후 3년간 15억달러 규모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헬스케어와 곡물사업 등으로 이뤄진 바이엘의 생명과학 부문 매출액 규모는 기존 343억유로에서 471억유로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 곡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30%에서 49%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농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함께 발전하자’(advancing together)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두 기업은 이번 합병으로 농업 현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콩 재배를 할 때 콩을 심고 병충해를 관리해 수확에 이르는 한 과정에 두 기업의 기술이 빠짐없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바이엘의 곡물사업은 살충제 제조 위주여서 몬산토와의 사업 영역이 거의 겹쳐지지 않는다.

베르너 바우만 바이엘 최고경영자(CEO)는 “두 기업의 합병은 식량작물 사업 분야에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