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효성 핵심 이번주 줄소환..처벌 어디까지?

by김보경 기자
2013.10.13 16:41:50

조 회장 일가 출금·증거인멸 정황도 수사
내부고발·표적수사 의혹에 단속 안간힘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검찰이 배임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효성(004800)그룹을 정조준하면서 형사처벌 대상과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전격적으로 효성그룹 본사와 조석래 회장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기업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12일에는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핵심 임직원 등 그룹 관계자 10여명을 출국금지 했다.

검찰은 주말 동안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이번주 초부터 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 회장 일가와 함께 출국이 금지된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과 조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고 모 상무 등이 우선 소환 대상자로 꼽히고 있다.

효성 그룹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수천억 원 대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10년 넘게 회계를 조작해 법인세를 적게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임원들의 명의로 천억 원대의 차명 재산을 관리해 온 정황도 포착됐다. 또 국내에서 차입한 돈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빼돌려 운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탈세혐의 조사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검찰 수사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비리가 중점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내부 컴퓨터 하드 디스크가 교체된 사실을 파악,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경위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하면서도 비자금이나 횡령 등 사적으로 자금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효성은 “차명주식 부분은 70년대부터 타 그룹처럼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차원에서 친인척 등 지인들에게 명의신탁 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실관련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1998년 외환위기로 생긴 부실을 국민혈세로 연결되는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10년간 이익을 내서 갚아왔다”고 강조했다.

재계 오너들이 잇달아 구속되는 등 기업인들에게 관대했던 관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효성그룹은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인 효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이번 수사는 전 전권에 대한 ‘사정(司正)’의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효성의 경우 내부 고발자의 제보 등으로 치부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란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탈세혐의 수사는 후계구도에서 비켜난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돌연 법조인의 길을 가겠다며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떠났다. 이후 그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사이에 효성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이사 사임 등기 등 3개의 소송을 제기했다. 또 조석래 회장 일가가 차명대출과 관련된 조사를 받고 있는 동안 효성에서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도명 대출’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효성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돌발행동에 관해 “말이 안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사정과 조현문 전 부사장의 소송 등 불미스러운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효성은 내부 단속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효성그룹 한 임원은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조석래 회장이 2007년 전경련 회장 취임당시 발언을 언급하면서 현 정부와 효성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임원들이 이를 주변에 알려 표적 수사란 시각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임원은 “(조 회장이 취임사에서)단지 돈(수익)만 생각한다면 지금 정부(노무현 정부)에서 훨씬 많이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보람과 성취도 면에선 박정희 정부 시절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경제발전에 앞장서면서 적극 호응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응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