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SRE]두산건설 리스크 중공업에도 영향

by강예림 기자
2013.05.23 11:30:14

[워스트]핵심 인프라코어도 경쟁력 '저하'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2010년 8월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인 두산메카텍을 두산건설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구조조정이 지연되던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두산그룹은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두산건설을 구하기 위해 화학장치 생산업체인 두산메카텍을 떼어주도록 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10월 실시된 12회 SRE에서 두산건설은 119명의 응답자 가운데 48표를 받아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였고, 중간지주사인 두산중공업(034020)의 계열사 화수분 역할은 이때부터 크게 늘어난다.

2년 반이 지난 17회 SRE에서는 두산건설(15표)보다 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16표)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의구심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두산건설과 중공업의 표를 합치면(31표), 36표를 받아 공동 1위에 오른 동국제강, 현대그룹, 한진중공업, STX그룹을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두산그룹의 두산건설 지원 의지는 확인했지만, 두산건설의 리스크가 두산중공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두산건설(72.7%), 두산인프라코어(44.8%), 두산엔진(42.7%), 두산캐피탈(14.3%) 등을 보유한 그룹의 핵심 중간지주회사다. 박용곤 회장 등은 사업지주회사인 두산(000150)을 통해 두산중공업 지분 41.2%를 보유하면서 두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9년 두산건설(267억원), 두산엔진(1517억원) 등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고, 2010년엔 두산인프라코어(2733억원) 주식매입에도 나섰다. 2011년 두산건설 2183억원 유상증자 참여 등 중간지주사로서 계열지원을 위한 현금유출이 과도한 수준이다. 지난 2월엔 3900억원의 두산건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5700억원 규모)마저 현물 출자하며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분율은 84%로 높아졌다. 2008년 지분율(39.8%)보다 2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 안정적’으로 두산건설(BBB+ 안정적)보다 3단계나 높다. SRE 자문위원들은 두산건설과 사실상 한 몸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차이는 1단계 정도가 적정하다고 지적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사업별로 보면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차이는 현격하다”면서도 “다만 중간지주회사로서 좋지 않은 자금 부담을 갖는 데 대해 (등급에) 충분히 반영했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건설 등 두산중공업의 계열사 지원 규모 등이 예상범주 안에 있는 지에 따라 레이팅 액션(등급 조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SRE 자문위원은 “두산중공업이 좋은 회사는 맞지만 격년으로 대규모 계열 지원에 나서고 있어 과연 지원 여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실적이 1차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과 함께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수출비중이 70%에 달해 중국시장의 실적이 전체 영업실적에 주요 변수다. 그러나 2011년 하반기부터 판매가 급감하며 지난해 인프라코어의 조정영업이익(EBIT)은 3624억원으로 2011년(6791억원), 2010년(7257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신평사 관계자는 “2006~2008년 중국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엔 3위로 추락하는 등 경쟁강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의존도가 높은 중국지역의 수요회복이 전제돼야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산엔진과 함께 주도적으로 인수한 밥캣의 추세적인 실적 개선 여부도 모니터링 요인이다.

SRE 자문위원은 “두산건설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잦아든 것은 아니지만, 중공업과 인프라코어의 현금흐름 회복여부가 두산그룹의 가장 큰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건설의 경우 대규모 미분양으로 수 년간 발목을 잡았던 일산 ‘위브더제니스’가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만큼 실제 입주로 잔금이 유입되며 부채가 줄어들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두산건설은 이미 충당금 설정을 다 해놓은 만큼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만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입주가 지연되면 심지어 두산건설에서 추가적 현금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RE 자문위원은 “입주를 하지 않고 분양계약을 해지한다면 연대보증을 선 두산건설이 중도금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며 “두산건설의 계획대로 잔금 등이 들어오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