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제재후 보조금 주도는 SKT..SKT는 억울

by김현아 기자
2013.01.18 14:00:03

방통위 12월 25일부터~1월 8일까지 실태점검..SKT 위반율 33.8%로 최대
KT는 27.9%, LG U+는 25.9%..방통위원들 "령이 안 선다..재조사 세게 하자"
SK텔레콤 "조사 방법 미비, 번호이동 줄었는데 주도라니 억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해 12월 2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통 3사 차별적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위에 대한 제재 이후 보조금 과열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는 SK텔레콤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통위는 보조금 경쟁 주도사업자에 대해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가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SK텔레콤은 샘플조사의 부정확성 등을 지적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1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이통 3사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실태점검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용자보호국이 이통3사 영업정지 총 66일이라는 초유의 제재를 가한 뒤 곧바로 실태점검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방통위는 SK텔레콤에 대해 경고조치 하려다 추가 조사를 위한 조사방법론을 가다듬은 뒤 제대로 현장조사를 다시 시작하기로 해 상반기 중 추가 이통 3사 제재와 함께 보조금 시장이 냉각될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선 행정제재 이후 곧바로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는 것은 통신사들이 방통위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방통위원들과 기자실에 실시간 보조금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자는 말까지 나왔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124만 건에서 1520 건을 추출해 조사한 바로는 위법성 판단 기준인 대당 보조금 27만원을 초과해 지급한 위반율은 평균 31.0%였다. SK텔레콤(017670)이 33.8%였고, KT(030200)가 27.9%, LG유플러스(032640)가 25.9%를 기록했다.

이통3사는 남의 가입자를 뺏어오는데 보조금 경쟁을 집중했는데, 보조금 위반율이 번호이동 45%, 신규가입 36.9%, 기기변경 15.8%를 보였다. 한 이통사에 오래 머무는 충실한 기기변경 고객들보다 남의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준 것이다.

정종기 이용자보호국장은 “SK텔레콤은 번호이동 위반율이 49.6%에 달해 KT(43.2%), LG유플러스(22.2%)보다 훨씬 높았다”라면서 “주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경고조치하고 위반행위 추후 제재 시 추가적인 과징 사유로 할 생각”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전국에 수만 개의 대리점·판매점이 있는데 겨우 3개만 샘플조사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해당기간 우리의 번호이동 가입자는 무려 3만3000명이나 순감했는데 주도사업자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번호이동 시장에서 SK텔레콤은 3만3000명이 순감했고, KT는 2500명 정도가 순감했다. LG유플러스만 3만3000명이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영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감안해 조사 방법을 더 구체화해 재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원들은 일단 SK텔레콤에 대해 ‘경고’를 보류하되, 추가 조사를 통해 이통 3사에 훨씬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규 위원은 “경고만으로는 부당하다.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 다음 날부터 위반하겠느냐”면서 온라인 유통점에 대한 불법 보조금 실태 조사를 강화할 것을 사무국에 주문했다.

그는 “지난 회의 때 불법 보조금 주도 사업자에 대해 확실히 (과징금을 매기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할 때) 과징하자고 했는데 그 부분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양문석 위원은 “사무국이 방통위 제재 다음 날 바로 조사한 부분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방통위가 조사할 때 샘플 설정이나 온·오프라인 조사 비중 등을 더욱 명확히 해서 조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오전 10시에 30만원을 푼 사업자와 12시에 35만원을 푼 사업자, 오후 2시에 45만원을 지급한 사업자 중 누구를 주도 사업자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영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위반율, 특히 번호이동 시 위반율과 위반 일수를 고려했다”면서 “SK텔레콤이 12월 25일부터 26일까지 제일 많이 위반한 걸로 보이고, 위반율이 가장 많은 일수도 SK텔레콤 6일,KT 2일, LG유플러스 1일 순이며, 번호이동 위반율 역시 SK텔레콤이 가장 많다”고 답했다.

김충식 위원은 “얼마 전 금감원 국장을 만났는데 왜 방통위가 싼 단말기를 방해하느냐고 물어 어이가 없었다”면서 “요금도 못 내리면서 단말기 개통을 방해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엄벌이라고 긴급조치 유신 시대처럼 할 게 아니라 사전에 획기적으로 (보조금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에 따라 “주식시세표나 시청률자료처럼 한국방송통신진흥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우리가 좀 더 조사해 위원 5명과 기자실에 ‘단말기 보조금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대희 위원도 “단말기 보조금 조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사무국은) 바로 조사에 들어가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체 회의에는 이통 3사 직원들도 대거 방청했는데, 위원들이 작심한 듯 제재 강화를 외치자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