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1]이안 브레머 "블랙스완도 예측할 수 있다"
by권소현 기자
2011.05.25 13:00:01
[Speaker's Insight]J커브이론으로 체제의 개방성과 안정성 관계 규명
위기 이후 글로벌 거버넌스..특별한 주도세력 없는 `G제로`로 정리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J커브` `팻테일` `G-제로`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 단어들은 이안 브레머(Ian Bremmer·) 유라시아 그룹 회장의 히트작이다. 정치적인 현상들을 분석하고 평범한 이름을 붙여 그만의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먼저 J커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래프를 그려야 한다. X축은 개방성, Y축은 체제 안정성이다. 이 그래프에 세계 모든 국가마다 해당되는 위치에 점을 찍으면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운 J자 모양이 완성된다는 것이 브레머 회장의 분석이다. 즉, 개방 초기에는 안정성이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바닥을 찍은 후엔 개방이 진전될 수록 안정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J커브의 왼쪽 끝, 즉 개방성이 낮지만 안정성은 높은 국가로는 북한과 쿠바,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가 있다. 빈곤하고 폐쇄적이지만 놀랍게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제한적으로 개방을 허용하는 국가들보다는 차라리 철저하게 폐쇄된 국가들의 안정성이 한층 높다는 것이다.
| ▲J커브상 북한이 제일 왼편에, 미국이 제일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
반면 J커브의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국가들은 변화에 개방돼 있으면서 왠만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9.11 테러에도 무너지지 않은 미국이나 폭탄테러에도 선거를 취소하지 않은 스페인, 퀘벡 분리주의 운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은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브레머 회장은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가 J커브의 오른쪽 상단으로 움직여나갈 것으로 봤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 불안요인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변화에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에 따라 국제정치와 세계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J커브 이론으로 보면 최근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시작된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 정정불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또 다른 유명한 저서 `팻테일`에서도 그는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삼는다. 정규분포 곡선을 그렸을때 일반적으로는 평균치에서 멀어질 수록 얇아지기 마련인데 꼬리가 두꺼운 경우 `팻테일`이라고 한다. 즉, 기존의 경험들로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블랙스완`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우다.
브레머 회장은 몇가지 리스크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고 그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9.11 테러의 경우 언뜻 보기에는 10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사건 같지만 사전에 정보도 있었고 과거에도 쌍둥이 빌딩을 목표로 했다가 실패한 항공기 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측가능했다는 것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역시 과도한 모기지 대출과 조금씩 부실화되는 과정을 제대로 포착했다면 얼마든지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고 그는 지적한다.
브레머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G제로` 개념을 처음 주창해 주목받았다. 이전까지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해온 주요 7개국(G7)은 금융위기가 닥치자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없었고, 대안으로 제시된 주요 20개국(G20)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도세력으로서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극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제기했지만 브레머 회장은 이처럼 특별한 주도세력이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G제로` 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영원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G제로에 공감하면서 G제로는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표현하는 신조어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010년 한해를 결산하면서 `올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유행어`로 꼽기도 했다.
브레머 회장은 2011년 10가지 리스크를 선정하면서 첫번째 리스크에 G제로를 올려놨다. 주요 국가들은 한발 물러나 있고, 국제기구들은 협력이 아니라 대립하는 장이 돼 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 성장과 효율성은 줄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큰 G제로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을까. 오는 6월14~15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전략포럼 2011`에서 브레머 회장이 직접 힌트를 줄 예정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를 관통하는 필승해법, `세계전략포럼(www.wsf.or.kr)`에서 찾으세요. 6월14~15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전략포럼에는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을 비롯해 세계 3대 미래전략가인 리차드 왓슨, 경영의 현자로 불리는 램 차란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략가들이 참석해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