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재웅 기자
2009.02.20 13:07:20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해운선사들의 선박발주 취소 또는 인도연장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 조선업체에 국한됐던 이같은 현상이 대형 조선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업체들의 경우 최근 2~3년간 수주물량 대비 발주취소 또는 인도연장 요청율이 높지 않아 큰 타격은 없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수주부진과 맞물려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009540)은 최근 그리스의 해운선사인 마마라스(Marmaras Navigation)社로부터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에 대해 발주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들의 가격은 각각 1억1000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최근 이스라엘 해운선사인 짐 인터그레이티드 해운 서비스(Zim Integrated Shipping Services Ltd.)와 1만25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해 인도변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을 발주한 해운선사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발주한 선박건조를 취소하고 위약금을 무는 것이 선박을 인도받아 운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그동안 중소 조선업체에서 간간이 벌어졌지만, 대형 조선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조선업체들의 경우, 이미 수주해 둔 양이 많아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 돼 선박발주 취소현상이 지속된다면 대형 조선업체들도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의 발주취소에 관한 사항은 선주사와 조선업체간 계약을 맺을때 비밀조항으로 묶여있어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현재 여러 곳에서 문의가 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발주취소 등의 문의는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워낙 시황이 좋지 않다보니 선박 인도 기간 연장 등의 문의는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신규 수주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비록 부분적이지만 일부 선박발주가 취소되는 것은 위험신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