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맞으며 성곽을 거닐어 볼까

by조선일보 기자
2008.11.14 15:57:00

강화도 당일치기 여행
조선시대 요새·낙조·갯벌 구경
인삼·새우젓 등 특산물도 많아

[조선일보 제공] 많은 유적과 싱싱한 해산물, 무엇보다 일상에 찌든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바다와 바람….

강화도는 언제 들러도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차를 몰고 해변을 달리며 바다를 즐기는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괜찮은 곳이다. 도로 여건상 섬의 서쪽보다 동쪽 해안을 타고 도는 게 좋다. 동쪽에는 강화 일주 해안도로 중 19.5㎞가 완공돼 있으나 서쪽은 기존의 지방도로만 이용할 수 있다. 동쪽 해안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어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다. 거리 곳곳에 다양한 역사 유적지는 물론, 순무·인삼·속노랑고구마 등 강화특산물을 파는 가게와 노점이 있고,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만한 곳도 널려 있다. 다만 오후로 갈수록 섬에서 서울이나 인천 쪽으로 나오는 길의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걸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조선시대에 바닷가 경비를 위해 만든 국방요새로, 동쪽 해안도로변을 따라 차례로 서 있다. 세 곳 모두 조선이 병인양요(1866년)·신미양요(1871년) 때 미군과 프랑스군에 맞서 싸웠던 곳이다. 특히 광성보는 신미양요 당시 어재연 장군이 이끄는 350여명의 조선군이 미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인 끝에 장렬하게 순국한 곳이다.

당시 빼앗겼던 장수 깃발이 미국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가 지난해 장기 임대 조건으로 국내에 돌아와 전시되기도 했다. 이들 요새는 모두 성곽과 포대를 갖춘 작은 공원으로 복원돼 있으며, 앞이 바로 바다여서 시원하고 전망이 좋다. 광성보와 초지진의 경관은 강화팔경(江華八景)으로 꼽힌다.

▲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에 있는 덕진진의 포대. 조선시대 때 강화도해협을 지키던 포대였다.





섬의 남쪽 화도면에 있는 동막해변은 길이 4㎞, 넓이 6000만㎡에 이르는 갯벌·모래사장·솔밭이 어우러진 천혜의 해변이다. 여름이면 밀물 때 해수욕장으로, 썰물 때는 갯벌체험장으로 인기 높다. 겨울철이면 맞은편 장봉도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동막해변 끝에 있는 분오리 돈대(墩臺)는 강화에 있는 53개 돈대 중 하나로, 바다와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다. 돈대란 조선시대 성곽이나 변방 요지에 적을 감시하고 연기를 피워 통신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운 건조물을 말한다.



동해의 해돋이에 맞서는 서해의 해넘이는 여러 곳이 감상의 명소임을 내세우지만 강화 서쪽의 장화리 해변은 인천 앞바다 낙조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학생탐구수련관 앞바다에 펼쳐지는 낙조와 장화리~동막리 사이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낙조가 일품이다. 이곳에 있는 버드러지 마을은 아예 '낙조마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장화리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석모도로 다니는 여객선이 오가는 포구로 횟집이 많다. 선착장에서 내다보는 바다도 좋고, 여객선이 출발하거나 도착할 때 승객들이 주는 과자를 받아 먹으려고 배를 따라 날아드는 갈매기떼도 정겹다. 강화도 일대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로 담근 새우젓이 외포리 포구 위판장으로 모이기 때문에 10월이면 '새우젓 축제'가 열리고, 이맘때면 늘 새우젓을 사려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올해의 마지막 새우젓 경매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