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發 전세대란 또 온다

by박성호 기자
2008.07.21 13:35:41

최근 2달새 관리처분인가 뉴타운 4곳, 이주대상자 2만명 육박
재개발 인근 지역 전셋값 3000만원 이상 급등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강북 뉴타운·재개발구역이 잇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철거 전 단계)를 받으면서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강북 전세난을 막기 위해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조절하겠다고 밝혀왔으나 '헛구호'에 그친 셈이다.

21일 서울시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2개월새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난 뉴타운 사업 지구는 가재울뉴타운 3·4구역, 아현3구역, 전농7구역 등 총 4곳이다. 이들 지역의 세입자를 포함한 가구수는 총 2만여가구. 이들 2만여가구가 모두 올 여름 전셋집을 구해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다 아현4구역, 금호17·19구역, 신당6·7구역 등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떨어진 재개발구역의 이주 수요까지 더하면 전세난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떨어진 동대문구 전농7구역 인근 전셋값은 최근 2000만∼3000만원 이상 올랐다. 올 봄만 해도 방2칸짜리 단독주택 전셋값이 500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6000만∼7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오름세다. 전농동 인근 100㎡(30평)대 아파트 전셋값은 1억5000만~1억8000만원 선으로 올 봄보다 3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전농동 신성미소지움 99㎡ 전셋값은 1억8000만원 정도이며 삼성아파트 85㎡는 1억3000만∼1억5000만원 선이다.

가재울뉴타운 3·4구역이 있는 서대문구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3구역 주민 6389가구와 4구역 4323가구 등 1만6000여가구가 오는 8월까지 이주를 해야 한다. 지난 3월께부터 이미 이주가 시작됐지만 최근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돼 본격적인 이주는 올 여름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재울뉴타운 인근 남가좌동의 전셋값도 최근 2000만원 가량 올랐다. 올초 방2칸 단독주택 전셋값이 3000만∼3500만원 가량이었지만 최근에는 5000만원 이하 물건을 찾아볼 수 없다. 마포구 아현3·4구역, 은평구 응암동 재개발구역 이주 수요까지 맞물려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다.

가재울뉴타운 내 신성공인 관계자는 "봄철부터 계속된 전세난이 최근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인근 대학가 수요와 함께 뉴타운·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겹쳐 여름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서울 강북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전세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구의 경우 올해 전농7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에 이어 내년에도 답십리뉴타운 지역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예정돼 있고 제기동 등 인근 재개발 사업도 계속 추진되고 있어 이주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남지역 입주 물량이 늘고는 있지만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전셋값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재개발구역에서 이주하려는 주민들이 대부분 5000만원 안팎으로 집을 구하려는 저소득층이 많아 사실상 강남 입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 사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한 상태라 강남 지역 공급도 내년부터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길게는 2013년까지 진행되는 뉴타운·재개발 수요를 흡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농7구역 인근의 처음처럼 공인관계자는 "이주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경기 침체가 지속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까지 있어 전셋집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동대문구 장안동, 중랑구 면목동 등 외곽지역은 물론 경기도 구리시까지 집을 구하러 나서는 등 전세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