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도 척척 오르는 배송로봇부터 AI드론까지’ 남다른 현대차 투자
by박민 기자
2023.06.15 10:00:00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첫 개최
스타트업 투자 현황·혁신 성과 공개
지금껏 200개 스타트업에 1.3조 투자
“SDV·저탄소·양자기술 등 신규투자 모색”
[이데일리 박민 기자] ‘배달 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드론이 건물 벽을 촬영해 미세한 결함도 척척 발견해 낸다. 인공지능(AI)을 통해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선곡 받거나 가상 인간의 공연도 볼 수 있고 영상 속 공간을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탐험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기술을 뽐내는 자리가 열렸다. 국내외를 망라해 지금껏 스타트업에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한 현대차그룹은 미래를 대전환시킬 스타트업 발굴·투자를 지속하고, 과감한 협업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15일 열린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에서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 전문기업 ‘모빈’이 자율주행이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기능과 라이다와 카메라를 이용해 주야간 자율주행 성능까지 갖춘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박민 기자) |
|
현대차그룹은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를 처음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그룹의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현황과 방향성, 투자 성과와 협업 체계를 비롯해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상생 전략 등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될성부른 떡잎’을 키우기 위해 2017년부터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 3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고,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등이다.
황윤성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스타트업 투자 금액. 2017년~2023년 1분기 기준.(사진=현대차그룹) |
|
현대차그룹은 혁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원활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실증 사업 지원,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그룹의 내부 자원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밸류체인을 결합해 미래 신사업, 신기술 창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에는 현대차그룹의 지원과 협업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5개 스타트업이 참석해 각자의 제품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업체 ‘모빈’ △디지털 트윈 기반 시공간 지도 서비스 업체 ‘모빌테크’ △드론을 이용한 건물 품질검사 및 안전진단업체 ‘뷰메진’ △공간별 최적음악 큐레이션 서비스업체 ‘어플레이즈’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업체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이중 모빈은 올해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해 설립된 회사다. 모빈이 개발한 배송 로봇은 언제 어디서든 주문 고객의 문 앞까지 배송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체 개발한 특수 고무 소재 바퀴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라이다와 카메라를 이용해 주야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자율배달로봇과 순찰로봇, 신호수로봇 등으로 세분화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선다. 로봇 제작은 일괄 수주 계약(턴키) 방식으로 신성델타테크가 맡는다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숨어 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사내 스타트업 제도도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으며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800억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시장 가치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미래를 대전환시킬 스타트업을 발굴해 과감한 협업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분야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Software Defined Vehicle)를 비롯해 자원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