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상징 ‘포르쉐 911’ 생산 100만대 돌파의 역사

by노재웅 기자
2017.05.17 09:00:51

100만 번째 포르쉐 911 모델의 골든 스트로크. 포르쉐코리아 제공
100만 번째 포르쉐 911 모델. 포르쉐코리아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남자의 로망’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차 ‘포르쉐 911’. 911은 포르쉐의 아이콘이자 스포츠카의 신화 같은 존재다. 포르쉐가 곧 911이고, 911이 곧 포르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63년 9월 국제모터쇼에서 타입 901이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스포츠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후 누구나 한 번쯤은 타 보고 싶어 하는 차로 자리매김한 지 약 55년이 흐른 지난 5월11일, 포르쉐는 911의 100만번째 모델을 생산했다.

포르쉐는 오리지널 911이 가진 최초의 콘셉트를 벗어난 적이 없다. 포르쉐 AG 이사회 회장 올리버 블루메는 “911에 적용된 기술은 스포츠카를 개량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향상돼 왔다”며 “바로 이것이 911이 언제나 혁신 기술을 자랑하는 최첨단 차량의 입지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며, 다양한 파생 모델을 통한 성공적인 제품 라인 확장도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911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포르쉐 AG 감독 이사회 볼프강 포르쉐 회장 역시 “911은 1948년 최초로 포르쉐 356/1 모델이 개발된 이후 오늘날까지 포르쉐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뚜렷하게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세대 Ur-911(1963). 포르쉐코리아 제공
처음 901이란 모델명으로 출시했다가 푸조에서 가운데 0이 들어간 것을 두고 상표권 문제를 제기해 911로 바뀐 1세대 ‘Ur-911(1963~1973년)’은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해 1964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초대 911은 356과 같은 후륜 뒤쪽에 엔진을 배치하고 뒷바퀴를 굴리는 RR 구조에 새로운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30마력과 최고속도 210㎞/h로 당시 스포츠카의 기준을 제시했다. 페라리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페라리급의 성능을 낼 수 있었던 911은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만 10년 동안 8만1032대가 팔려나갔다.

2세대 G-모델(1974). 포르쉐코리아 제공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2세대를 칭하는 ‘G-모델(1974~1989)’은 미국의 안전기준에 따라 5마일 범퍼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카레라’라는 이름도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2.7리터 엔진을 탑재한 911 및 911 카레라 외에 3리터 엔진의 카레라 RS가 108대 한정 생산됐고, 1978년에는 911 전 제품군이 3리터 엔진으로 변경됐다. 판매량은 1세대의 두 배가 넘는 19만6397대였다.

3세대 964(1988). 포르쉐코리아 제공
3세대 ‘964(1988~1993년)’은 전작과 비교하면 외관 디자인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전체 부품의 80%를 새롭게 설계한, 가장 큰 변화를 준 모델이다. 몸체를 모노코크 방식으로 설계하고 서스펜션의 스프링을 모두 코일스프링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인 변화 요소다. 엔진 배기량은 3.6리터로 확대되면서 풀타임 사륜구동(4WD)를 더했으며, 이때부터 수동조작을 할 수 있는 오토매틱과 팁트로닉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판매기간이 짧아 판매량은 6만3762대에 머물렀다.



4세대 993(1994). 포르쉐코리아 제공
마지막 공랭식 엔진으로, 모든 이들이 ‘최고의 911’이라 칭송하는 4세대 ‘993(1993~1998년)’은 지금도 엄청난 금액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3세대보다 전면부 휀더의 높이는 낮아지고 헤드램프를 비스듬하게 눕히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포르쉐의 전면 이미지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했다. 이때부터 터보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채택됐다. 약 5년의 판매기간 차는 6만8680대가 팔렸다.

5세대 996(2001). 포르쉐코리아 제공
공랭식 엔진의 시대가 끝나고 등장한 첫 번째 수랭식 엔진 모델인 5세대 ‘996(1997~2005년)’. 그동안 포르쉐를 대표하던 동그란 모양의 헤드램프가 ‘눈물형’ 디자인으로 잠시 바뀌면서 많은 포르쉐 마니아들의 원성을 샀던 모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판매량은 17만5262대로 이전보다 더 준수했다.

6세대 997(2006). 포르쉐코리아 제공
6세대 ‘977(2005~2011년)’은 이전 모델에서 불만이 많았던 눈물형 헤드램프를 버리고 초대 911의 느낌을 최대한 되살리려 노력했다. 2008년에는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모든 엔진이 3.8리터 직분사로 통일된다. 포르쉐의 듀얼클러치변속기(PDK)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도 이때다. 판매 대수는 21만1327대.

차고에 보관 중인 100만 번째 포르쉐 911 모델. 포르쉐코리아 제공
7세대 ‘991(2012~2017년)’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엔진의 성능 개선만을 위해 달려왔던 포르쉐 911에 연비와 배기가스 등과 관련해 ‘효율’이라는 단어가 과제처럼 처음 붙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도 7세대 911 카레라 S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기존 997형 911 터보와 동일한 랩타임을 기록하면서 포르쉐 911의 진화는 계속될 것임을 증명했다.

포르쉐는 내년 8세대인 ‘992’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제는 전장화 등 친환경 이슈가 접목되면서 포르쉐에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하지만 911 성공의 핵심 요인인 주펜하우젠 본사 공장의 노하우와 전문가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포르쉐의 진화를 계속될 것이라고 포르쉐는 스스로 자신한다.

포르쉐 그룹 직원 평의회 대표 우베 휙은 “주펜하우젠 공장에서의 미션 E(전기차) 개발은 포르쉐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새로운 시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자질과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진 직원들이 필수적이며, 이들은 911이 이뤄낸 것처럼 다시 한번 감동적인 경험을 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100만번째 911 모델은 포르쉐 AG가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포르쉐 박물관 컬렉션으로 옮기기 전에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비롯해 스코틀랜드, 미국, 중국에 걸쳐 전 세계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월드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