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40대 가장]"손엔 마이너스통장만"…벌이도 고용도 살얼음판

by김정남 기자
2017.02.26 14:58:16

'경제 중추' 40대, 최근 곳곳서 흔들릴 조짐
기업 구조조정 여파…"소득·고용 불안감 커"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중추로 여겨지는 40대가 흔들리고 있다. 소득 기대는 낮아지는 와중에 가계 빚은 급증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40대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다. 직장으로 따지면 15년차가 넘는 차·부장, 그러니까 고위 임원진과 말단 신참급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함과 동시에 업무도 주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소득 수준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소득은 5933만원으로 50대(6101만원)와 함께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보면, 금융위기의 후폭풍을 벗어나려 할 때 즈음인 2009년 6월 이후 딱 두 달(2012년 11~12월)을 제외하고 7년 넘게 기준치 100을 넘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40대 중에는 “앞으로 수입이 더 늘거야”라고 생각하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더 많았다는 얘기다.

당연히 ‘소비 파워’도 가장 센 연령대다. 주요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세대다.

그런데 최근 이런 기류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유수의 증권사에서 리서치업무를 10여년째 하고 있는 40대 중반 K씨의 말이다. “최근 1~2년 사이 ‘이 일을 얼마나 더 오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부쩍 커지더라고요. 요즘 버릇처럼 해외 부동산을 검색합니다. 그런데 더 놀란 건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된다’는 정보를 다른 많은 동료들도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떠날 용기는 나지 않는다는 게 K씨의 솔직한 속내다.

40대의 소득 기대가 낮아지는 게 그 방증이다. 이번달 40대의 가계수입전망 CSI(97)가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하며 2009년 4월(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CSI는 100보다 작으면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인데, 40대의 가계수입전망 지수가 지난 1월(99) 이례적으로 100을 하회하더니 이번달 그 내림 폭이 더 커진 것이다. 40대의 경제활동이 더뎌지면 ‘L자형 장기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는 반등을 쉽사리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임금수준전망 CSI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임금 수준을 전망한 지수다. 이번달 40대의 이 지수는 108. 지난해 9월(112)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소득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다 보니 소비심리도 정체하고 있다. 이번달 40대의 소비지출전망 CSI는 108로 하락세다. 2015년 6월(107)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다. 6개월 후 소비를 지금보다 늘리겠다고 답한 40대가 점점 줄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40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민간소비가 유독 부진한 건 ‘큰 손’ 40대가 움츠러든 것과 맞물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득 뿐만 아니다. 빚더미에 눌려있는 이들도 40대가 적지 않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40대 가구주의 부채는 평균 8017만원으로 12.0% 급증했다. 2015년 7160만원에서 한 해 사이 1000만원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30대 미만(6.8%), 30대(7.6%), 50대(5.6%), 60대 이상(1.7%)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단연 두드러지는 수치다.

이는 최근 몇년간 ‘부동산 열풍’을 40대가 주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득 증가세가 미미하다 보니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은 일상화돼 있다시피 한데,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채를 40대가 주로 진 것이다. 이는 동시에 부동산 경착륙이 현실화할 경우 40대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가뜩이나 최근 금리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빚’ 외에 또 있다. 자녀가 청소년기를 지나는 중년 가장의 경우 생활자금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 차장급 직원은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마이너스통장을 처음 만들었다”면서 “연봉이 적지 않다고 생각해왔지만 교육비를 대기에는 부족했다. 몇년만 잘 버티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