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동 기자
2008.05.22 11:52:20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환헤지용 파생상품인 `키코(KIKO·Knock-In, Knock-out)`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투기세력보다 나쁜 S기 세력` 발언 이후부터다. `S기 세력`이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일방적인 환율하락 가능성을 내세워 중소기업에 환헤지 상품을 판매한 `사기세력`을 뜻한다. 물론 여기서 사기세력이란 은행을 겨냥한 말이다.
강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키코`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본 손실 규모가 지난 3월말 현재 2조 5000억원 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올 1분기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들 중에서 `키코`로 인해 적자로 돌아선 기업들도 속출했다.
급기야 금감원은 지난 20일 은행과 수출기업간 파생상품 계약 체결시 거래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는 `키코`가 불공정 계약조건을 담고 있으며, 이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해 손실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키코`는 악(惡)이고, 이를 판매한 은행들은 `악의 축`으로 지목됐다.
`키코`는 달러/원 환율이 특정 기간(보통 1년) 동안 미리 설정한 상하단 구간에서만 움직이면, 기업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게 해줌으로써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덜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환헤지 상품이다.
그렇지만 환율이 녹인(Knock In) 이상으로 오를 경우에는, 약정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약정환율로 은행에 팔아야 한다. 환율이 크게 내려 녹아웃(Knock Out)을 벗어날 때에는 계약이 해지돼 환헤지 기회가 사라진다.
`키코`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떨어지기만 할 것 같았던 원화환율이 예상을 깨고 크게 상승하면서, 파생상품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환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은행 말을 믿고서 `키코`를 구매했는데, 되레 손실이 발생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은행이 수수료 수입(보통 약정금액의 0.01%)에만 집착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환율의 등락에 따라 웃고 우는 수출 기업들이 환헤지 상품이 지닌 위험성을 몰랐다는 것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면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면, 은행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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