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8.03.11 11:42:52
부자가 될 것인가..부자를 죽일 것인가
교과서·교사, '反시장·反기업·反세계화' 이데올로기
'경제욕구' 대신 '남의 탓' → 발목잡기 규제 → 활력상실
강남 삼성 서울대 등의 일류 코드 더 많이 만들어야
[이데일리 안근모기자] “공급자는 언제라도 많은 이윤 노리지. 같은 물건 팔다보면 서로 싸움 하더라. 수요자가 많이 오면 가격들은 오른다. 가격을 높게 팔면 많은 이윤 가능해.” (K출판사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시장경제의 이해’ 대목)
“휴우, 선진국들에게만 유리한 결정이로군요. 그럼 우리도 달리 살 길을 찾아봐야겠네요.” (D출판사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우루과이 라운드’ 관련 대목)
“무제한적인 경제활동의 자유는 소득의 편중현상을 가져와 (중략) 그리고 더 많은 이익추구를 위한 독점기업이 생겨나면서 (중략)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 충격을 준 사건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었다.” (B출판사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기업은 이윤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질이나 하는 악한’이라고 가르친다. 교과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배를 불리기 위해 우리 농민들이 희생하고 있으며, 그 것이 오늘날의 자유무역이다. 자유시장 경제는 불평등과 독점, 그리고 공황을 야기한다. "우리 살림살이가 어려운 것은 바로 시장경제 탓이다."
교과서의 문제는 수업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전경련이 초중고 교사 2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교사가 48.4%에 달했으며,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을 나쁘게 본 교사는 54%나 됐다.
국민들의 반(反) 시장 정서는 이렇게 어릴때부터 공교육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산하 교육정책연구소가 초중고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학생이 36.7%에 달했다. 초등학생의 시장 불신 비율은 20%대에 그쳤지만, 고등학생은 절반 가량이 “시장을 못믿는다”고 했다. “시장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16.2%밖에 없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학생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자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한 학생까지 포함해 응답자의 절반이 ‘기업은 공공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답한 학생은 3분의1이 채 안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영국 BBC가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86%가 경제양극화에 불만을 나타냈다.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불만지수 1위였다.
양극화에 대한 불만은 과거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적극적 경제의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소극적 자세로 귀결돼 ‘큰 정부’의 정치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경련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의 46.5%는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주체’로 정부를 꼽았다. 기업이라고 답한 교사는 38%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