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7.08.23 11:43:52
`AIG 아시아본부 이전` 공수표 믿고 특혜?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마지막 치적이던 서울국제금융센터(SIFC)가 의혹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시 소유부지를 임대해 사업을 추진한 미국 금융그룹 AIG에 서울시가 속아 각종 특혜를 줬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범여권 대선후보들은 `경제대통령` 후보의 능력 실체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 문제는 9월 국회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아시아지역본부를 옮기겠다는 AIG의 말을 믿고 지난 2005년 소유하고 있던 여의도 부지를 99년간 사용할 수 있는 초장기 토지사용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IG는 원래부터 아시아 본부를 옮길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AIG측의 최소 보유기간은 알려진 것과 달리 20년이 아닌 10년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완공시점으로부터가 아니라 계약시점으로 부터로 되어 있어 2015년이면 10년이 된다. 짓자 마자 국제금융센터를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대선출마 뜻을 품은 이 시장을 위해 일을 서둘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5일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당선자, AIG 관계자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기공식을 열었다. 그러나 당시는 시공사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와 더불어 이미 2년전인 계약 체결 당시부터 임대료 특혜 논란도 제기됐었다.
서울시는 99년 장기 임대차계약(임대료 공시지가의 5%)를 체결하면서, 건설기간 5년 동안은 땅 임대료를 면제하고, 입주 후에도 9%의 수익률을 확보할 때 까지는 공시지가의 1%만 받고 나머지 4%는 유예키로 했다. 유예된 임대료는 수익률 9%가 달성된 뒤 7년간 매년 균등 납부키로 했다.
이같은 조건은 일반적인 부동산 임대 관행과는 다른 파격 조건. 당시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대료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강남의 랜드마크 빌딩인 `스타타워`가 빌딩을 임차인으로 채우는데 3년이 걸렸다. 연면적이 그 두배나 되는 ISFC를 모두 임대하고, 수익까지 내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AIG가 십여년간 공짜로 땅을 빌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당시 이에 대해 서울시는 외국인 투자촉진법에 근거, 별도의 안정화 기관과 임대료를 책정한 것이므로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서울이 금융허브로 도약하려면 세계적인 금융사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해명했었다. 그러나 AIG가 옮겨올 계획이 없다는게 밝혀지면서, 안일한 기대만으로 각종 계약을 AIG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해 주었으며, 결국 AIG의 '먹튀'만 도와준 것이란 비판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최근 범여권은 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론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21일 손학규 민주신당 예비후보 대변인은 "이 후보가 CEO형 경제대통령이 되려면 AIG의혹부터 밝혀야 한다"고 공격했다.
또 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9월 국정감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고 말해 논란이 다음달 국회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 의혹을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한나라당 경선 전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다. 당시 김재원 대변인은 이 후보 시장 시절인 지난 2005년 서울시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AIG에 토지를 제공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국제금융센터는 AIG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SIFC가 중심이 되는 펀드 컨소시엄이 소유하고, AIG는 건설 마케팅 임대 운영관리를 맡은 것"이라며 "AIG는 20년간 책임운영, 추가 10년 관리서비스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 이후 AIG지분이 제 3자에 이전되어도 의무는 그대로 승계돼 서울시가 손해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또 서둘러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국제컨퍼런스와 외국인학교 개원 등 다른 행사와의 연계해 홍보할 목적으로 이 전 시장의 임기 말인 지난해 6월 기공식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