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2곳 시세조종…전직 경·검 수사관 등 9명 재판행

by이영민 기자
2024.12.23 10:23:46

라인사태 몸통 이인광 도피자금 위해 범행
회사 내부정보 이용해 약 200억원 편취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코스닥 상장사 2곳의 주식 시세를 조종해 약 200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가로챈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검찰 수사관과 경찰이 포함된 범행 일당은 ‘라임사태’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인광 에스모 회장에게 범죄 수익을 전달해 도피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남부지검 금융ㆍ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 공준혁)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2곳에 대한 주가조작 세력을 수사해 자본시장법위반죄로 8명을 기소하고, 수사 무마 등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브로커 1명을 변호사법위반죄로 재판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기소된 피고인 9명에는 주범인 전직 검찰 수사관 이모(58)씨와 김모(47)씨 등 전직 경찰관 2명도 포함됐다. 이씨 등 6명은 앞서 검찰에 구속됐다.

이씨와 김씨 등 피고인 6명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 주문으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중앙첨단소재의 주식을 주당 580원에서 5850원으로 10배 넘게 띄우고 합계 14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이씨는 함께 기소된 사채업자 2명, 김씨와 함께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 주문으로 신생 에너지업체인 퀀타피아의 주가를 813원에서 4400원으로 올려 1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가로채고, 해당 업체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시하거나 최대 주주 변경을 알리지 않는 방식으로 50여억원을 추가로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라임사태의 주범인 이인광 회장은 해외 도주 후 자신의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11월부터 중앙첨단소재의 시세조종 범행을 계획하고 공범을 모집했다. 당시 이 업체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경영이 어려운 처지였지만 피고인들은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중앙첨단소재의 기업운영 정보를 내부자로부터 미리 전달받아 공유함으로써 시세조종 세력의 매매 시점을 비롯한 각종 범행을 설계했다. 이 회장은 피고인들에게 전달받은 도피자금으로 프랑스 니스에서 호화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도 시세조종 세력은 이씨를 중심으로 퀀타피아에 대한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이씨는 국내 재벌가로부터 약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확정됐다는 내용의 가짜 투자확약서를 공시하는 등 기업 가치를 부풀리고, 브로커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거나 수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8000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입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수익을 빠르게 박탈하기 위해 부동산과 고급차량 등 30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추징 보전을 조치했다”며 “이후에도 피고인들의 차명 재산을 추적해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과 공조해 현재 범죄인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이인광을 지난 3월 프랑스에서 검거했고, 그 과정에서 이인광의 장기 해외 도피를 가능케 할 수 있었던 시세조종 범행을 밝혀냈다”며 “금융·증권 범죄사범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통해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 공정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