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돌돌 말렸던 車디스플레이가 쫙’..현대모비스의 모빌리티 혁신

by김성진 기자
2023.06.27 11:00:00

지난 26일 용인 연구소서 테크데이
롤러블·스위블·AR-HUD 등 선보여
디스플레이 대형화 및 숨김 기능 초점
상용화 시기 미정..해외업체 관심 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의 기술연구소 내 강당. 한영훈 현대모비스 EC랩장(상무)이 단상 위에 마련된 모형 콕핏을 리모콘으로 조종하자 콕핏(디지털 자동차 운전 공간) 안에 돌돌 말려 있던 검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버튼을 몇 차례 더 누르자 디스플레이는 최대 18인치까지 확장했다. 아무것도 없이 깔끔했던 콕핏 위로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깜짝 등장한 것이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최근 일어나는 차량 혁신에 발맞춰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롤러블 디스플레이’(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현대모비스가 2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기술연구소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2023 미디어 테크데이’를 개최,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 미래 전략 소개와 신기술 시연을 진행했다. 메인 발표자로 나선 한영훈 EC랩장(상무)이 스위블 디스플레이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을 직접 소개하는 모습.(사진=현대모비스.)
한 랩장은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차량 공간 효율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며 “고객 요구에 맞춰 천장에서 디스플레이가 내려오도록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미디어 테크데이’를 열고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들을 선보였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34인치 초대형 곡선 화면이 움직이는 ‘스위블(가변형)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헤드업디스플레이(AR-HUD)도 소개했다. 스위블 디스플레이와 AR-HUD는 올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동차용 롤러블 디스플레이.(사진=현대모비스.)
스위블 디스플레이는 차량 내 대형 디스플레이가 갖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최근 네비게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뿐 아니라 기존 버튼, 노브 등의 조작키가 모두 디지털 화면으로 들어오며 디스플레이의 숫자뿐 아니라 그 크기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이가 커질수록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을 확률도 높아 안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스위블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는 초대형으로 키우면서도, 상황에 맞춰 그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운전자 안전까지 확보했다. 여기에 공중 비접촉 터치(호버 터치)와 제스처 인식 등의 기술을 도입해 원거리에서도 디스플레이를 조작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34인치 초대형 스위블 디스플레이.(사진=현대모비스.)
AR-HUD는 운전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아예 앞유리에 모두 구현한 기술이다. 기존 HUD가 차량의 속도, 네비게이션 등 손바닥보다 작은 공간에 모든 정보를 밀집시켰다면, AR-HUD는 AR(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해 실제 현실에 데이터를 직접 그려놓은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한 랩장은 “AR-HUD은 주행하는 차선뿐 아니라 차량이 인지한 옆 차선들까지도 정보표시가 된다”며 “옆에서 끼어드는 차량이나 추월하는 차량들까지 모두 큰 화면에 효과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 같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 90억달러(약 11조7600억원)에서 오는 2027년에는 140억달러(18조3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고객 확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핵심 부품 분야 해외 수주 목표액은 53억5000만달러(약 7조원)로, 이중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이 포함되는 전장 분야 해외 수주 목표는 18억3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 랩장은 “현재 모비스가 확보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완성차업체들과 협업해 같이 개발을 해나가야 한다”며 “멀지 않은 시점에 사용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