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임대 대책]기업형 임대주택, 정부가 사업비 95% 대준다

by박종오 기자
2015.01.13 10: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업비의 최대 95%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당근’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13일 발표했다. 핵심은 자금 지원을 통해 임대사업 진입 문턱을 낮추고 향후 퇴로까지 마련해 줘 사업하기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기업형 임대주택 종합금융보증’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을 짓는 업체가 금융기관에서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한 총 사업비의 70%까지 최소 10년간 저리에 빌릴 수 있도록 정부가 대출 지급 보증을 서주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이 주택 분양 사업자에게만 최장 4년간 사업비의 최대 50%를 보증해 주고 있다. 반면 임대 사업자는 이런 상품을 이용하지 못해 초기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금 회수가 늦다보니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감안해 비싼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대 사업자는 주택보증의 보증 상품에 가입해 사업비 최대 70%를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이자율에 빌릴 수 있다. 실제 대출액은 사업자 신용도와 사업성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도 함께 보증한다. 만약 사업자가 부도가 나도 주택보증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의 90%까지 세입자와 대출 금융기관 등에 돈을 돌려준다. 예를 들어 담보 가치가 1억원인 임대주택은 9000만원까지 지급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단, 보증 상품 가입자는 반드시 전체 사업비의 5%를 자기 자금으로 선 투입해야 한다. 대출 보증액이 큰 만큼 일반 분양 사업(2% 수준)보다 높은 초기 자본금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새 상품을 이용하면 사업비 대출 이자가 연 4.5% 정도(보증료 포함)로, 지금보다 연 2% 이상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품은 주택보증이 연내 출시해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간 1조원을 보증할 경우 기업형 임대주택 1만가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건설비 지원도 확대한다. 국토부는 전용면적 85㎡ 초과~135㎡ 이하 주택과 임대 의무 기간이 4년인 민간 건설 임대주택에 대한 기금 융자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금은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에만 기금 대출을 지원한다. 4년 임대주택의 전신 격인 임대 의무 기간 5년짜리 민간 임대주택도 공공 및 매입임대만 기금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5년 공공·일반·매입 임대주택을 4년 단기 임대로 통합하면서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기금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융자 금리도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임대 의무 기간이 8년인 경우 △전용 60㎡ 이하 2% △60~85㎡ 2.5% △85~135㎡는 3%를 적용한다. 현행 2~3.3%보다 소폭 인하하는 것이다. 다만 임대 기간 4년이면 △전용 60㎡ 이하 3% △60~85㎡ 3.5% △85~135㎡는 4%로 8년 임대보다 1%포인트씩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국토부는 임대 기간이 8년을 넘어가면 1년 증가 때마다 금리를 0.1%포인트씩 추가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자는 임대 기간이 끝날 때까지 대출 이자만 내면 된다.

이번 조치로 건설업체는 사업비의 최소 5%만 부담하면 기업형 임대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정부 보증과 기금 융자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 기간 동안 저리의 이자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다.

국토부는 임대사업 ‘출구’까지 마련했다. 임대 기간이 끝난 집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주겠다는 것이다. 단, 매입 대상은 주택기금이 출자한 기업형 임대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물량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LH가 연 1만가구 범위 안에서 지역과 주택 면적, 가격 등을 따져보고 매입을 확약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정부가 건설사와 사업 손실을 공유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지금은 임대 리츠가 사업을 청산할 때 △은행·보험사 등 재무적 투자자 △주택기금 △민간 사업자 순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후순위인 사업자가 손실을 가장 많이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금과 건설사가 손해액을 같이 부담한다. 예를 들어 매매가 1억원짜리 임대주택을 9000만원에 처분하면 기금과 업체 모두 투자금을 500만원씩 덜 돌려받게 된다.

또 건설사가 임대료 등 향후 예상 수입을 바탕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면 주택보증이 증권 투자자에게 원리금 지급을 보증할 계획이다. 이밖에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 사업자 간 주택 매각을 허용하고, 기존 세제 지원도 유지하도록 했다.

정부 기금이 출자한 임대 리츠 유형도 단순화한다. 기존 공공임대·민간제안·수급조절 리츠를 ‘기업형 민간 임대 리츠’로 통합하고 개발 사업도 허용한다. 종전까지 공공임대 리츠를 제외한 민간 임대 리츠는 기존 주택을 사는 것만 가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직접 개발 사업을 해 입지가 좋은 지역의 임대 물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기금 일부는 리츠에 보통주로 출자해 공실 등 임대사업 리스크를 분담할 예정이다. 현재 임대수익 배당은 △주택기금 △재무적 투자자 △민간 사업자 순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기금 지분 일부를 민간 사업자와 같은 순위에 놓아 손실을 함께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금 출자 시점을 기존 준공 이후에서 계약금·중도금 지급 단계로 앞당겨 초기 자금 마련을 도울 계획이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 리츠에 기금 출자와 별도로 기금 융자를 지원하고, 재무적 투자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기금 출자를 확대해 올해 임대 리츠를 통한 공급 물량을 기존 4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