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남자` 떠나면 盧정부 정책은

by문주용 기자
2006.08.02 13:08:25

김부총리, 개혁정책 일정역할 계속할 가능성
참여정부 개혁정책기조 큰 변화 없을 전망
노대통령 레임덕 고비, `부총리 후임·법무장관`인사될듯

[이데일리 문주용 선임기자] 참여정부에서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개혁정책의 대부`로 통한다. 인수위 시절 이전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정책을 논해왔던 그는, 이제 참여정부내 공식직함을 내놓을 시점을 맡고 있다. 여론의 압력에 굴복, `자진 사퇴`를 표명한 김 부총리를, 더이상 노 대통령도 붙잡기가 어려워졌다.

노 대통령은 김두관 前행자부장관, 이헌재 前경제부총리 등 집권내 몇차례 정치권공세와 여론 공세에 휘말린 장관들을 떠나 보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뼈아프진 않을 터다. 힘이 팔팔한 집권 초기가 아닌데다, 그와 동고동락을 하며 개혁정책을 담금질했던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일 수 밖에 없다.

인사권의 타격은 집권후반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그 과정에서 참여정부가 수행해온 개혁정책도 수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24일부터 본격 제기된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표절` 의혹 사건은 열흘여만에 `부총리자진사퇴 표명`으로 한차례 전환을 맞고 있다.  여야, 국민으로부터 `노무현의 코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취임한 그는, 끝내 부정적인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할 처지다.

부정적인 여론은 단순히 교육부총리 적격성이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맡아 추진해온 부동산정책등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피로감에 기인한다. 그 피로감은 보수층에는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묘사되고, 진보층에는 `서민을 등한시한 정책`이라는 명분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가 추구해온 정책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 부총리가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13년 전인 1993년. 노 대통령이 대권의 꿈을 키운 지방자치경영연구원을 설립하고 일할 지방자치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수소문끝에 당시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잘나가던 지방행정학자`인 김 부총리와 만나게 됐다. 김 부총리는 `지방자치가 장차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노대통령의 신념에 끌렸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를 만나면서 `행정수도 지방이전` 등 지방분권시대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당선되자 김 부총리는 정권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에 이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등을 맡았다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개혁정책 구상은 이 기간동안 성안되고, 시행됐다. 행정·인사·지방분권·재정 및 세제·전자정부 등 5개 분야 30여 개 사업을 개혁하는 세부실행계획, 이른바 로드맵이 마련됐다. 행정수도 이전, 교육자치,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김 부총리는 세금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 지휘했다. `헌법보다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도는 끝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유하는 형태로 현실화됐다. 지방행정 전문가다운 아이디어였다.

그렇지만 `세금폭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사회시민단체의 역할` 등의 강경한 개혁발언은 많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반발이 그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의 개혁정책에도 손질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 개혁의 그랜드 디자이너 였던 김 부총리는 이날 사퇴 이유로 ▲국회 교육위에서 의혹 대부분이 해소돼 명예가 회복된 점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점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 등을 이야기했다. 

당초 청와대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해명에 자신있다`며 명예회복을 강력히 요구, 기회를 줬다. 김 부총리는 전날 교육위에서 자신의 의혹을 확실히 해명했다고 판단했고 청와대, 총리실도 자신감을 갖는 듯했다. 하지만 저녁에후 여야 정치권은 물론 여론도 `사퇴`요구를 계속해 끝내 물러설수 밖에 없었다.



청와대와 총리실, 김 부총리는 일단 도덕성 문제는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김 부총리의 퇴진요구가 정치적인 사안이라며, 정치적 해결책을 찾았다. 분리 대응한 점에서 볼 때 김 부총리에 대한 노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노 대통령은 김부총리가 정치적으로 낙마한 만큼, 그의 정책적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를 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동안 이번 사태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면 김 부총리를 국무위원이 아닌 다른 형태로 계속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가 펴보고자 했던 교육부분의 개혁과 함께, 지금껏 추구해온 개혁정책에 대해서도 조언과 마무리작업등에 일정정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서둘러 새로운 `미션`을 주려하진 않겠지만, 레임덕 등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그의 역할을 계속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그간 펼쳐온 참여정부의 지역균형개발정책, 부동산 정책 등 각종 개혁정책은 큰 기조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민심되돌리기를 위해 개혁정책의 완화를 원하고 있어 앞으로 당·정·청간 갈등, 이로인한 일부 수정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이로 인해 노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을 것이다.

이번 상황만 봐도 레임덕 우려는 현실적인 일이다. 김 부총리의 내정때부터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적임자가 아니다`며 반발했고, 의혹이 불거지자 쉽게 내치기로 결정했다. 노 대통령의 의중보다는 민심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법무장관 내정에 대해 `기피인물`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인사권은 대통령으로선 가장 핵심적인 권한이다.

물론 김 부총리의 사퇴 여론을 무시하더라도, 여론 또는 민심과 더더욱 등을 지게돼 레임덕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취한 모양새가 ▲김 부총리 소명기회 보장 ▲소명후 자진사퇴 등의 수순을 밟는 것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일전에 "청와대가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해 먼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라며 "김 부총리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청와대는 아직 김부총리의 사표 수리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총리가 사의를 수용한 점에서 볼때 정지작업은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레임덕 조기화 여부`의 고비는 교육부총리 후임과 법무장관 인사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코드 인사`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다면서 노 대통령이 다시 `코드 인사`를 고집하면 여권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심지어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등 레임덕이 표면할 수 있다.

그러나 김부총리의 퇴진 여론을 수용할 정도로 현실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대통령이 이런 사태를 자초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일단은 여론과 정치권이 차분해질때까지를 기다린 후 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청간 갈등을 치유하는 쪽으로 양측이 노력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