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수장 신경전…“中, 남중국해 불안 초래” vs “美 기술탄압 반대”

by박기주 기자
2024.09.28 11:02:01

기술 및 안보 분쟁 등 주요 현안으로 다뤄져
"양국 정상 소통, 몇 달 이내 볼지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가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양국 외교 수장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미국 뉴욕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두 수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주유엔 중국대표부에서 회동을 갖고 양국 관계, 국제 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회담 뒤 진행한 단독 기자회견에서 “합성 마약과 전구체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고 양국 군(軍)간 소통 개선, 인공지능(AI) 리스크 문제 등 양국 정상이 지난해 회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서 왕 부장과 솔직하고 실질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경제무역 과학기술 탄압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작은 뜰에 높은 담장‘(small-yard, high-fence)이 ’큰 뜰에 철의 장막‘이 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이 대화와 동시에 대중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이 커넥티드카에 중국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인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저는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해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왕 부장은 “현재 대만해협 정세의 가장 큰 위협은 라이칭더(대만 총통) 세력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대만독립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측은 남중국해에서 자꾸 소란을 피우지 말고, 남중국해의 평화·안정을 지키려는 지역국가의 노력을 훼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방위 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대한 강한 우려도 강조했다”며 “중국이 한편으로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자국 기업이 푸틴의 침공을 돕는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당당하며 시종일관 설득과 협상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맞섰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내 다자 정상회의 계기에 미중 정상간 회동이나 통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공유할 만한 스케줄은 없다”면서도 “양국은 정상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에 향후 몇 주 내지 몇 달 안에 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