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살해된 아이들 이름을 외친다" 우크라 퍼스트레이디의 간절한 호소

by황효원 기자
2022.03.09 16:43:32

9일 SNS통해 세계 언론에 공개 서한
사망한 아이들 이름 언급하며 전쟁 참상 강조
"민간인 향한 전쟁 아니다? 이건 학살"
"모든 공포에도 우크라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배우자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9일 세계 언론에 보내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인 루마니아 동북부 도시 시레트에서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한 소방대원이 우크라이나에서 피란 온 아기를 품에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젤렌스카 여사는 공개 서한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작전’이라 칭하는, 크렘린이 후원하는 프로파간다 선전물의 내용과 달리 이는 사실 우크라이나 시민 대량학살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침공에서 가장 무섭고 파괴적인 것은 어린이 사상자들”이라며 “아크튀르카의 거리에서 죽은 8살 앨리스. 부모와 함께 포격으로 사망한 키이우의 폴리나. 14살 아르세니는 잔해에 머리를 맞았고 심한 화재로 구급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구조하지 못했다”며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진 어린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현재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언급하며 러시아군이 벌인 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 여성들과 아이들은 지하 방공호에서 살고 있다. 전쟁 중에 태어난 신생아의 첫 시선은 지하실의 콘크리트 천장이었고 그들의 첫 숨은 지하의 매서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들은 덫에 걸리고 공포에 질린 공동체(우크라이나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삶에서 평화를 느껴보지 못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지하 방공호에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집중 치료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지금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약자, 중증 환자, 장애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멀리 떨어지게 되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데 이러한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은 이중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젤렌스카 여사는 “우리의 길에는 피란민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알던 이전의 삶을 뒤로한 채 떠나는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품고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눈을 보라”며 “그들을 국경으로 데려간 남성들은 가족과 이별하는 것에 눈물을 흘리지만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우려고 용감하게 돌아왔다. 결국 이 모든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