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품질로 한 판 붙자!” LG 스마트폰 '혹사' 현장 가보니

by정병묵 기자
2016.10.20 10:01:30

LG전자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새 스마트폰 ‘V20’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낙하실험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평택=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품질로 한 판 붙자!” “양보도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LG 디지털 파크’ G2동 3층. 첨단 스마트폰 제조 장비들이 휙휙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벽면에는 결기 가득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달 말 전략 스마트폰 ‘V20’의 북미 출시를 앞둔 LG전자 직원들은 이 현수막 아래 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19일 평택 ‘LG 디지털 파크’를 찾았다. 1984년 금성사 라디오 공장으로 시작해 10월 현재 기준, HE 사업본부, MC 사업본부, VC사업본부, 생산기술원, 러닝센터 등이 소재하며 협력사 인원 포함 약 1만여 명 근무하고 있는 이 곳은 약 19만평(64만 제곱미터 ,축구장 크기 90배) 면적의 LG전자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LG전자가 이곳을 미디어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066570)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거점인 평택,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생산기지인 중국 옌타이, 칭다오, 베트남 하이퐁, 중남미지역 내수 생산을 전담하는 브라질 따우바테 등 총 4개국 5개 지역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월 3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평택 공장은 LG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심장부인 셈.

방진복을 입고 에어워시룸을 통과하니 5000㎡의 넓은 공간에 열을 맞춰 늘어선 23개 조립라인이 보인다. 각 조립라인 앞에는 직원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최종 조립라인은 24시간 클린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1ft³(평방피트) 당 미세먼지 수가 외부의 수백 만분의 일에 불과한 1만개 이하로 유지된다.

김승렬 LG전자 단말제조팀 부장은 “미세 오염물질 흡진 시스템으로 천장에서 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공장 안의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내린 후, 환기 시스템을 통해 자동 방출시켜 휴대폰에 작은 이물질이라도 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한다”며 “최종 조립라인에서는 제품의 조립부터 검사, 포장까지 생산의 모든 공정이 이곳에서 한 번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날 신제품 V20은 6개 라인을 통해 생산되고 있었다. 모델별 생산라인 수는 제품 주문량에 따라 매일 변동된다.

스마트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깔고 앉았을 때 내구성을 평가하는 인체 하중시험




이후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수 백 가지의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다. 조립된 세트는 마이크, 스피커, GPS, NFC 등 기본적인 부품의 특성을 검사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후 각종 센서와 터치 드로잉 등 감성적 판단이 필요 없는 항목을 자동화 설비로 검사하는 ‘추가 기능검사’를 실시한다. 최종적으로 불량여부를 육안으로 점검한 뒤 포장라인으로 이동하게 된다.

1층 제품인정실로 이동하니 적막한 가운데 ‘덜커덕’ 하는 소리가 들린다. ‘V20’을 1미터 높이 기기 위에서 떨어뜨리거나 직사각형 투명 원통을 빙빙 돌려 공들여 만든 신제품을 ‘학대’하고 있었다.

김균흥 LG전자 MC개발품질보증실 부장은 “제품 인정실은 신모델의 완성도를 시험하는 곳으로, 실사용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함으로써 품질 수준 향상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품질 최우선주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제품별로 약 5000시간 동안 여러 가혹한 조건에서 각종 테스트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출시되지 못한다. 이 기간 중 총 1000여 항목 품질 테스트가 진행되며, 품질 기준만 6만여 개에 이른다. 각 테스트는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가속 시험으로 최장 5000시간(약 6개월)에 이른다.

낙하, 충격, 구부리기, 비틀기 등의 내구성 항목을 테스트한다. 예를 들어,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 대비한 ‘잔충격 시험’의 경우, 스마트폰에 만 회 이상 가벼운 충격을 가해 성능을 검증한다. 사람이 제품을 깔고 앉았을 때 터치 인식률 저하, 외관 변형 등을 검증하는 ‘인체 하중 시험’은 성인 평균 몸무게의 1.5배 정도의 무게로 테스트한다.

V20는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 규격인 ‘MIL-STD-810G’ 수송 낙하 테스트를 통과한 바 있다.

LG V20 생산라인
‘가속 수명 시험실’에에 들어서니 삼면을 가득 채운 휴대폰의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가 장기간 휴대폰을 사용할 때 성능이 저하 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곳이다. LG전자는 이 테스트에 특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테스트 하도록 설계됐다. 24시간 풀 작동하며, 하루에도 수백 회 전원 온오프를 반복하는 엄청난 ‘혹사’다.

이병주 LG전자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 전무는 “품질에 대한 완벽을 기하기 위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개발 중인 제품의 테스트,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이 철저하고 집요하게 품질 최우선주의를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가속수명시험실’에서 제품의 SW 내구성을 실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