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13.07.07 17:33:24
박삼구 회장 등 임원 급거 귀국
고개 숙여 사과.."인명피해 후속대책 마련에 집중"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잔치 속에 들려온 비보에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접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7일 중국출장에서 급히 귀국했다. 박 회장,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금호타이어 주최로 5일부터 이날까지 중국 웨이하이 포인트CC에서 열린 KLPGA(금호타이어 여자골프 오픈)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었다. 경기침체와 그룹 위기 속에서 지켜낸 해외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대형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대형 사고소식을 들은 그룹 임원들은 서둘러 한국편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오후에 있을 대회 시상식도 뒤로 하고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채 박 회장, 윤 사장 등은 오후 1시쯤 서둘러 귀국했다.
금호리조트가 운영 중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포인트’는 그룹이 한참 성장세 있던 2007년 세계 5대 명문골프장으로 만든다는 포부 아래 대대적으로 투자, 고급 골프장 리조트로 거듭난 곳이다. 리모델링 이후 사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그룹차원의 홍보나 대형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마련한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항공기 사고라는 변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마련된 사고조사본부로 직행, 사고 상황을 보고 받고 사고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 윤 사장은 곧바로 공식브리핑에 나서 “탑승자 가족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두 차례의 항공기 대형 사고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1993년 B737-500 여객기가 전남 해남에서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산에 충돌하면서 66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당한 적이 있고, 2011년엔 B747 화물기가 제주 해상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해외에서 대형 인명사고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사고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보다는 운항기술이 미숙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외에서 발생한 대형사고 처리 경험이 없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와 공조하는 한편 그룹차원의 네트워크를 가동해 신속한 수습 대책을 마련,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보잉사 등과 함께 사고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은 임시 비행기를 마련 사고대책반 30여명을 현지로 급파했고, 국토교통부도 조사반장 등 4명으로 사고조사대책반을 꾸려 미국으로 보냈다. 사고 조사는 NTSB 및 사고조사 위원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다친 승객을 보호하고 가족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인명피해를 줄이고 수습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 아시아나항공의 사고와 관련 구체적인 협조 방안에 관해 고민하고 있으며, 고위 임원 대부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비상대기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