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민 기자
2012.04.30 11:34:42
주파수 달라 LTE 외산폰 국내서 불통
수익감소 우려에 통신사 요금할인 난색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휴대폰 블랙리스트(자급제)제도가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제도 도입에 앞장 선 방송통신위원회는 거품 낀 단말기 가격을 끌어내려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데 한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단말기 할부금과 정액 요금제를 결합한 독특한 국내 이통사의 요금구조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 A/S가 제공되지 않는 문제는 제도 정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방통위는 블랙리스트폰 구매자도 약정을 체결하면 기존 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의 요금할인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키를 쥐고 있는 이통 3사는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부정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이용자에게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일정한 판매수익을 남겨 요금할인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고 있다. 만일 블랙리스트폰 가입자에게도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블랙리스트폰 가입자에게는 기존 할인율보다 10%정도 낮은 20%대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LTE 이용에 제한이 크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LG유플러스(032640)와 SK텔레콤(017670)은 800MHz 대역의 주파수로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030200)는 1.8㎓를 LTE용 주파수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LTE 단말기 간에 유심(USIM)이 호환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양사는 음성통화 방식이 다르다. LG유플러스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SK텔레콤은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을 쓴다. 국내에서 판매된 LTE 중고폰을 사도 통신사를 갈아타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통 3사는 데이터 서비스는 LTE망을 통해 제공하지만 음성통화는 모두 3G를 이용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판매하는 단말기는 망 연동 테스트와 단말기 검수 절차를 거치는 만큼 이통사에서 통화품질을 보장한다"며 "자급 단말기는 이같은 테스트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통화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후 서비스(A/S) 문제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이통사는 자사 대리점을 통해 판매한 단말기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A/S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임대폰을 대여해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블랙리스트폰은 구매자가 제조사에서 직접 A/S를 받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나마 삼성전자(005930)나 LG전자(066570)와 같이 자체 A/S망을 갖춘 회사의 제품이라면 해당 회사의 A/S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국내에 A/S망이 없는 외산폰은 고장나면 대책이 없다. 또 블랙리스트폰은 분실보험 가입이 안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이같은 문제를 감수하고 블랙리스트폰을 구매하겠다고 결심해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블랙리스트폰을 판매하는 곳이 없다. 제조사들과 유통업체들은 별도의 판매망 구축에 회의적이다. 요금할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구매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단말기 수급에 애를 먹어온 이동통신재판매(MVNO)사업자들이 자체 유통망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에 나섰지만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주요국이 모두 휴대폰 블랙리스트제도를 채택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단말기 유통시장을 장악해온 통신사의 독점 구조를 깬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