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부동산경기]①美, 회복 선결과제는 역시 `고용`
by김혜미 기자
2010.12.29 12:30:00
S&P-케이스쉴러 주택지수 하락에 비관론 고조
전문가들 "주택경기 살리려면 일자리부터 늘려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미국의 주택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전개한 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고, 제조업과 소매지표도 개선되고 있지만 주택시장 만은 예외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정적인 고용이 있어야 집을 살 사람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 ▲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흐름(출처 : 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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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부진의 주된 원인은 바로 고용이다. 고용이 살아나지 않으니 집을 살 만한 여유도 없다. 이달 초 발표된 미 노동부의 11월 실업률은 9.8%를 기록하며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끌어내렸고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모기지 금리는 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감세 연장안에 합의한 뒤 경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번 달 30년 고정 대출 금리는 4.83%, 15년 고정 대출 금리는 4.17%까지 오르며 5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주택압류 건수가 늘면서 주택 재고는 넘쳐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전체 주택 판매의 30% 이상이 압류된 주택 등으로 대폭 할인된 값에 판매됐다. 네바다주 등 일부 지역에선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택시장이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침체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 전체 경제에서 거주에 대한 투자 비율은 지난 3분기 2.23%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4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월가 비관론자 가운데 한 명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세제혜택이 있었던 지난 4월까지 집을 다 샀다"면서 "주택시장이 이미 더블딥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와 웰스파고 등도 전망은 비슷하다. 데이비드 블리처 S&P 지수위원회 위원장은 "주택시장은 지난 몇 달간 바뀌지 않았으며 집값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고, 샘 불라드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공급 과잉으로 주택 가격이 내년 중반까지 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기존주택판매나 주택착공 등 일부 주택지표는 올 여름 이후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이에 힘입어 KB홈과 포트워스 등 미국 내 주요 건설업체 주가도 오르고 있다. 미국 내 인구가 매년 평균 270만명씩 증가한다는 점도 주택수요 개선 기대감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좀더 주력한다면 주택경기가 살아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찰스 리버맨 어드바이저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이 시작된다면 강한 주택 수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의 회복은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불러올 수 있다. 데이비드 그로우 전국주택건설업자협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가 창출되면 주택 구입이 늘고, 건설업체들은 신규 건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내년 말 실업률이 9.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