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 버텨라`..소문난 흉가도 팔린다

by김경인 기자
2006.08.09 12:17:21

WSJ 보도..엽기적 살인 등 스캔들 효과, 집값 25%↓
`세월이 약`..낙인찍힌 부동산도 시간지나면 제값받아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온 코네티컷 그리니치의 레드-브릭 맨션은 매수자가 원할만한 모든 것을 갖춘 자산이다. 4개의 침실과 욕실, 2개의 벽난로와 한 개의 수영장이 있고, 0.8헥타르의 대지에는 낭만스러운 목가적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호가 520만달러의 이 저택은 그 아름다움보다도 다른 이유로 더 유명하다. 전 세입자인 유명 부동산 개발자 앤드류 키셀이 지하실에서 온 몸이 묶이고 입에 재갈이 물려 죽은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 뒤, 매수자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미국인의 `강박적 관심사`인 부동산과 스캔들의 결합체, `부동산의 스캔들 효과(Scandal effect)`에 대해 소개했다. 엽기적 살인과 자살, 섹스 스캔들 등 추문으로 얼룩진 부동산의 판매가는 크게 떨어지지만, 그 영향은 길어야 7년이라는 결론.

슈퍼모델 크리스티 브링클린의 남편인 건축가 피터 쿡은 지난주 19살 고용인과의 불륜 사실이 발각돼 언론에 오르내렸다. 쿡 부부는 시장에 매물로 내놨던 몇몇 햄프턴스 소재 주택들을 매물 리스트에서 빼 냈다. 스캔들 효과를 의식한 탓이다.

미국 각 지의 값 비싼 주택들이 제 값을 한참 밑도는 헐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온갖 루머에 촉각을 곤두세운 미국인들이 부동산에 얽힌 살인과 이혼, 불륜 등의 추문을 결코 놓치지 않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런 부동산을 `낙인찍힌 자산`이라 부른다.



연방 재판관 조안 레프코의 시카고 저택은 지난 6월 호가인 90만달러보다 한참 낮은 75만9000달러에 매각됐다. 1년전 레프코의 남편과 어머니가 집안 내에서 살해된 사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탓이다.

동부 햄프턴스에 위치한 테드 암몬의 대 저택(사진左)은 저명인사의 살인이 집 값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바이아웃 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의 재정 전문가로 유명한 암몬은 2001년 10월 침실에서 몽둥이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그러나 2004년 암몬이 당시 부인 제네로사와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제네로사의 불륜 상대이던 다니엘 펠로시가 살해 혐의로 기소됐으며, 그 사건은 2004년 내내 온갖 뉴욕 미디어의 1면을 장식했다.

2003년 제네로사의 사망 이후 매물로 나왔던 부부의 저택은 이 같은 추문에 매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 당초 1050만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으나, 매매는 중단되고 25만달러에 임대되고 있다고.

`O.J.심슨` 사건으로 유명한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의 캘리포니아 저택은 2년간 시장에서 뒹굴다 적정가 대비 3분의 1 가량 낮은 59만5000달러에 매각됐다. 심슨의 부인 니콜 브라운과 정부 로널드 골드만은 1990년대 중반 그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윤락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헐리우드 마담` 하이디 플라이스의 비버리힐즈 저택의 매매가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플라이스는 당시 불법 콜걸 센터를 운영하다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스캔들 효과를 유발하는 오명에도 몇몇 등급이 있다. 여러 명이 살해되거나 살해방법이 엽기적인 경우 가격 하락 효과가 가장 크다. 자살 혹은 유령 출몰 등의 추문, 혼외 정사를 비롯한 각종 섹스 스캔들이 그 뒤를 잇는다. 유명인이 포함되지 않은 불륜 사건은 당연히 거의 영향이 없다.

전문가들은 스캔들 효과가 해당 부동산의 가격을 15~25% 가량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2~3년 가량이 지나면 낙인도 희미해진다. 즉 스캔들 이후 몇 년만에 매물로 나오느냐가 부동산 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라이트 주립대학의 제임스 라센 교수는 2000년 연구 보고서에서 "스캔들 효과가 집 값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미미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낙인찍힌 부동산들은 단지 시가보다 3%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판매되지 않고 시장에 머무는 가격은 평균보다 45% 가량 길었다"며 "스캔들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기 까지는 약 5~7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