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금융당국,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 ‘연기’

by최정훈 기자
2024.12.19 08:48:58

금융안정·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 조처
자본 규제, 내년 하반기 이후 도입 연기
위험가중자산 산출 제외 등 선제 조치
국내기업 대출·투자 관련 부담 완화 포함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오르는 등 환율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또 당국은 단기적인 환율 급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도 마련하는 등 금융안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안정 및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최근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 금융권 CFO 금융상황 점검회의 등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건의한 사항 중 바젤Ⅲ 등 글로벌 기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재무안정성 여력 강화를 위한 조치가 포함됐다.

먼저 금융안정을 위한 금융권의 건전성·유동성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의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고 내년 상반기 중 도입 시기·방법을 재검토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 규제는 은행권이 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포인트까지 차등 부과하는 제도다.

이어 은행권의 외환포지션 중 해외법인에 대한 출자금과 같은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포지션은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구조적 외환포지션은 단기적인 환율변동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또 보험사의 증권시장 안정펀드 잔여매입약정금액(미사용금액)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위험액 반영 수준도 절반으로 하향한다. 증권시장 안정펀드 조성액 중 보험사의 매입약정금액은 약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보험사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잔여매입약정금액에 대해서는 위험액 반영 수준을 절반으로 하향하는 조처를 했다.



이번 조처에 국내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관련 부담 완화 조치도 포함했다.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신기사펀드·벤처펀드 등 투자조합은 현재 일괄적으로 위험가중치 400%를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실제 투자한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적용으로 바꾼다.

이에 따라 현재 자본시장법 이외 법률에 따라 설립하는 펀드는 펀드 전체를 주식으로 취급해 높은 위험가중치(400%)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채권 20~150%, 주식 100~400%, 부동산 20~150% 등 자산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이 해외 외부신용평가기관에서 평가받은 평가 등급을 위험가중치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국내 외부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등급이 없는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무등급’을 적용해 해당 기업의 대출·채권에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금융 일반지주회사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기타 금융업’임에 따라 금융회사의 시장위험가중자산 산정 시 비금융 지주회사의 채권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산정 비율을 적용해야 하는 점도 개선해 비금융 지주회사의 주요 수익원·재무적 특성·자회사의 업종 등 실질을 고려해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발표한 조처에 대해 즉시 시행하되 기준 마련과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1분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처를 통해 확충한 금융회사의 재무 여력이 금융안정과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에 충실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나갈 계획이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필요하면 추가적인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