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공약’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금리 상승 부메랑' 되나
by전선형 기자
2022.08.21 20:00:00
은행들 ‘폭리 1위 오명’ 피하려 예적금 금리 대폭 올려
조달금리 오르며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 차주 부담 커져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가 22일 본격 시행된다. 은행들은 이번 공시에서 ‘폭리 1위 은행’이 되지 않기 위해 수신금리를 대폭 올리며 예대금리차 조정에 나섰지만, 은행의 조달금리 상승으로 오히려 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2일부터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각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정보가 공시된다.
예대금리차는 은행들의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은행들은 최근 기준금리 상승을 핑계로 수신금리는 낮게, 대출금리는 높게 받아 엄청난 수익을 챙겨 왔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 ‘이자 장사’ 비판이 일자, 정부가 나서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했다.
예대금리차는 전월 신규 취급 고객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매달 공시된다. 특히 대출금리에 대해 신용평가사(CB)의 신용점수를 50점 단위로 구간을 나눠 총 9단계로 공시한다. 이렇게 되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나와 비슷한 신용등급의 소비자들이 평균 어느 정도의 금리를 받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을 앞두고, ‘폭리 1위 은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지 않기 위해 자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왔다. 특히 수신금리를 대폭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쏠(SOL) 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3.20%로, KB국민은행은 ‘KB 스타(Star) 정기예금’ 금리를 3.12%로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5%포인트 인상해 연 3.40%로 조정했다.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 예금’은 최고 금리가 연 3.16%다. 적금도 3~5% 수준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말 예금금리가 1~2%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폭의 금리 인상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실제 은행별 2분기 원화 예대금리차는 국민은행 2.06%, 신한은행 2.03%, 우리은행 1.94% 등이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기준으로 1.88%다. 이는 1분기 국민은행 2.02%, 신한은행 1.87%, 우리은행 1.83%, 하나은행 1.82%보다 모두 더 높은 수치다.
이는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출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로 전달보다 0.52%포인트 올랐다. 이는 코픽스 산정 이래 사상 최대 폭 상승이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지표며, 은행의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 상품 금리를 바탕으로 계산된다. 은행들의 ‘보여 주기 식’ 수신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차주들의 금리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들이 예대금리차 공시를 실제 얼마나 활용할 지도 미지수다. 보통 소비자들은 대출이나 예ㆍ적금 상품을 고를 때 은행이 아닌 상품을 보고 선택한다. 예대금리차 공시만 보고 은행에 갔다가 실제 실행되는 금리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으로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적극적으로 조정할 수 밖에 없는데,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대출금리 산정 기준에 녹아들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돈 있는 자산가들은 수신상품에 투자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반대로 차주들은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치러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