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한국서도 마윈이 나오려면…혁신 놀이터 만들어야"

by김연지 기자
2021.12.23 10:17:53

강종수 콜즈다이나믹스 대표 인터뷰
창업자에서 액셀러레이터 대표의 삶
혁신가 놀이터 세웠더니 스타트업서 인기
기업 회장&투자 큰손들도 투자 봇물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마윈, 샤오미의 레이쥔과 같은 1세대 비즈니스 스타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가들이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구분 없이 혁신 스타트업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곳곳에 제공하겠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부근의 한 고층 건물. 방학 시즌인 만큼 북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선 어반크리에이터스유닛(UCU)은 젊은 창업가들과 반짝이는 눈빛의 학생들로 붐볐다. 어반크리에이터스유닛은 부산 1호 액셀러레이터인 콜즈다이나믹스가 세운 스타트업 전용 공간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협업·업무·주거 등 필수 조건을 하나의 건물에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서 ‘혁신가들의 놀이터’로 최근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콜즈다이나믹스의 강종수 대표를 만났다. 협업 기반의 ‘컴퍼니빌더’를 지향하는 강 대표는 “투자는 결국 협업과 지원의 연속이다”라며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기술과 서비스로 혁신 가치를 창출하려는 초기 스타트업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들이 경제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강종수 콜즈다이나믹스 대표./사진=콜즈다이나믹스
부산 출신의 강 대표는 창업으로 20~30대를 보냈다. 몇몇 알짜 회사들을 통 크게 엑시트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강 대표가 액셀러레이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젊은 시절 창업 환경의 열악함을 몸소 느꼈다”며 “젊은 창업가들에게 원 없이 투자하며, 이들이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한 번에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콜즈다이나믹스가 현재까지 투자를 집행한 초기 스타트업은 49곳으로, F&B를 비롯한 유통과 IT솔루션, 제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투자 제 1의 원칙’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창업자의 시장해석 능력과 세일즈 DNA를 꼽았다. 그는 “현존하는 시장을 비틀고 뒤집어 새로운 가치를 끄집어내고, 이를 고객에게 쉽게 전달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라며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주면 고객뿐 아니라 수익구조, 달성 지표, 비즈니스모델이 모두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스타트업들이 오히려 마냥 새로운 것에 주목하기 보다는 기존에 있는 ‘쉬운 사업’에서 혁신 가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자재’를 예로 들며 “지역 특산품을 맛보기 위해서는 그간 값비싼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야 했다”며 “막상 지역에 직접 방문하면 서울처럼 비싸지 않은 곳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콜즈다이나믹스는 지역 특산품 유통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식당 브랜드 ‘로컬식당’을 론칭했다”며 “평소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비용과 맛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혁신가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면서 콜즈다이나믹스는 기업 회장들의 이목도 사로 잡았다. 단순히 투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 성장 과정을 빽빽하게 트랙킹하고, 금전·환경적 문제를 액셀러레이터가 직접 나서 지원하는 모습에 일부 기업 회장들은 강 대표를 직접 찾기도 했다. 강 대표는 “젊은 창업가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액셀러레이터가 직접 해결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혁신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만큼, 어반크리에이터스유닛 지점을 빠르게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반크리에이터스 유닛 2호점은 강남에, 3호점은 부산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다.

콜즈다이나믹스의 최종 꿈을 물었다. 강 대표는 “콜즈다이나믹스는 여가·문화를 포함하는 홀리데이 비즈니스가 아닌, 워크데이 비즈니스를 혁신하려고 한다”며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기 직전까지의 평범한 일상을 보다 퀄리티 높지만 가성비 있게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VC들처럼 운용자산(AUM)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극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원 없이 투자할 것”이라며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도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혁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