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피겨 여왕’ 김연아·‘영원한 캡틴’ 박지성 은퇴
by조진영 기자
2014.12.31 11:26:30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올해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며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선수 두 명이 은퇴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1월 6일자)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빙판에서 내려왔다.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홈 텃세에 밀려 러시아 국가대표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만 것이다. 석연치 않은 판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엔 안타까움이 남았다. 김연아는 경기 전 “결과에 대한 부담은 없다. 어떤 결과를 얻든 간에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눈물보다는 미소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두 개의 심장’ 박지성(5월 15일자)은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는 왜소한 체격과 평발이라는 약점을 ‘성실함’이라는 무기로 극복하며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놨다. 이후 유럽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로 정규리그 우승 4번, 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 리그컵 우승 3번을 함께했다. 2002년에 막내였던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어 ‘영원한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11월 3일자) 역시 성실함을 무기로 팀을 명문 반열에 올려놨다. 꼼곰한 메모 덕분이다. 선수시절 염 감독은 스타가 아니었다. 주전경쟁에서도 밀렸다. 그때부터 19년간 매 경기마다 메모해왔다. 투수의 습관과 도루 타이밍을 빼곡히 적으며 공부했던 그는 지도자로 다시 태어났다. 역사가 짧고 선수층이 얇아 하위권에 머물던 넥센은 염 감독 부임 이후 2년만에 정규시즌 2위, 포스트시즌 준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이승훈 선수(2월 24일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팀을 이끌며 메달을 따냈다. 그는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두 후배와 함께 소치 동계올림픽 팀 추월에 출전했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팀을 이끌었다. 선두로 달리는 선수는 공기저항을 온 몸으로 뚫고 나가야하기에 보통은 세명이 번갈아가며 체력 소모를 나눈다. 하지만 이승훈은 후배들을 위해 짐을 떠안았고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트 역사상 팀추월 종목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IMF 시절 LPGA 석권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던 박세리. 그를 보고 꿈을 키운 ‘박세리 키즈’들의 활약도 빛났다. 올해 LPGA에서 우승을 차지한 골프선수 박인비(6월 10일자)와 신예 김효주(9월 16일자)는 내년에도 불경기로 시름에 잠겨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샷을 전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