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도, 경제협력 강화…전략적 동반자관계 굳힌다

by이정훈 기자
2014.10.01 10:05:31

공동 투자유치 프로그램 출범..시장접근도 확대키로
안보이슈 공동대응..껄끄러운 관계 정상화에 주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인도가 인도내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을 부양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 유치 프로그램(investment initiative)을 함께 마련키로 했다. 기업들이 상대국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제도 풀기로 했다.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와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29~30일(현지시간) 양일간 첫 정상회담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같은 경제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전날밤 백악관에서 비공개 만찬을 함께 한 오바마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30일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에서 공식 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 `전략적 동반자관계` 모멘텀 회복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간 교역부터 빈곤 구제, 직업 훈련에 이르기까지 경제 이슈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고 우주, 에볼라, 기후변화,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이라크 내 이슬람 국가(IS) 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5월 취임 이후 모디 총리가 인도의 당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우며 “양국간 파트너십과 우정을 심화·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인도와 미국이 최근 나란히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사실을 거론하며 “양국이 화성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지구에서 또 만나는 우연의 일치가 바로 양국 관계를 잘 대변한다”며 “인도와 미국은 이미 강력한 파트너십의 기초를 다져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모두가 그 모멘텀을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투자유치·시장접근 확대 합의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역시 경제문제였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미국은 공통된 경제적 우선 과제들을 상당수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앞으로도 빠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낙관한다”며 “이를 위해 인도내에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며 특히 미국 기업들이 인도 방위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도 서비스업체들이 미국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은 인도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조쉬 어네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에서 “인도 경제부와 미 재무부가 공동으로 새로운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두 정상은 미국과 인도가 이견을 보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원활화협정(TFA) 채택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인도는 지난 7월말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보조금 지급 재량을 요구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WTO TFA 채택을 거부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인도는 무역 활성화를 지지하며 우리의 식량 안보 우려를 해소할 해결책을 찾는다면 이 역시 조만간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 후 국무부 청사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해 세부적으로 양국간 시장접근 장벽 해소와 TFA 합의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안보 공동대응-관계 정상화

아울러 두 나라 정상은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IS에 대한 대응 문제 등 안보 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고, 아시아와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테러 집단에 대한 재정 또는 군사적 지원을 차단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또 테러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이밖에 기후변화와 청정 에너지 개발, 전염병 대응을 위한 공동 의학 연구, 인도내 위생상태 개선에 대한 공동 대응 등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두 나라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을 실현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의 관계 회복이 시급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총리로 있을 때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유혈 충돌을 방관했다며 미국 입국비자를 거절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미국 주재 인도 여성 외교관이 가사 도우미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과 미 국가안보국(NSA)이 모디 총리 소속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을 감시했다는 보도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