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3]글로벌 통신사 앱장터 WAC이 실패한 이유
by김현아 기자
2013.02.26 11:14:59
"WAC의 실패는 기술에 갇혀 생태계 등한시했기 때문"
"애플·구글의 폐쇄성 심각..NFC나 조인 활성화로 극복해야"
세계이통協 임원 양현미 GSMA 최고전략담당자 인터뷰
[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화두였던 글로벌 통신사들의 앱스토어인 ‘WAC(Wholesale App Community)’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WAC은 전 세계 통신사들이 애플과 구글에 위협을 느껴 공동대응한 것인데, KT(030200)와 SK텔레콤(017670)도 적극적이었다.
WAC은 전 세계 통신사들이 통일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개발된 다양한 앱을 도매상 역할을 하는 슈퍼 앱스토어에 올리고, 소매상인 이동통신회사들은 여기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앱스토어에 올려 소비자에 판매하는 구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WAC의 사례가 관심 가는 이유는 전 세계 모바일 생태계가 구글과 애플로 양분되면서 통신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올해 MWC 화두도 모질라 재단의 모바일용 파이어폭스 운영체제(OS)나 삼성·인텔의 ‘타이젠’ 프로젝트다.
지난 25일(현지시각) MWC2013 전시장에서 만난 양현미(50)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최고전략담당자(CSO)는 “굉장히 좋은 뜻으로 생각했지만 에코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적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컨셉은 미들웨어 같은 기술에만 집중해서 앱 개발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소비자나 서드파티를 배려한다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작년 초 보드미팅에서 접자고 결정했다가 조인트벤처로 만들었고, 그곳에서 개발한 플랫폼 API는 GSMA로 이관해 바람직하게 개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양 CSO는 하지만 구글의 폐쇄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서 통신회사들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조인(joyn) 같은 혁신 서비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통신사들이 망을 깔고 서비스료를 받는 것으로 생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을 애플이나 구글이 주도한다”며 “애플은 상당히 개방적으로 보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안드로이드 역시 개방형이어서 밀었는데 점점 철창을 씌우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또 “결국 구글도 자기 내부에 폐쇄적인 에코시스템을 키우고 있었고 그들의 특허에 해당하는 만큼 값을 올리면 통신사로서는 NFC를 임베디드로 하겠다는 구글에 더 많은 값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NFC 기능을 금융·결제와 접목한 활용한 전자 지갑이나 음성뿐 아니라 사진파일, 동영상 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조인의 확산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현미 CSO는 “글로벌 통신사들이 뭉쳤지만 당장 조인을 시작했을 때 줄어드는 음성이나 메시지 사용률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쪽도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KPN이라는 네덜란드 통신회사의 주가 폭락을 보면서 더이상 내부갈등으로 지지부진해선 안된다는 인식이 크고, 이번 보드미팅에서도 CEO들이 엄청난 결의를 하고 어떻게 하면 빨리 시작할지에 전부 동의했다”고 말했다.
양현미 GSMA CSO는 전무는 금융권과 통신업계를 넘나든 마케팅 전문가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응용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에서 마케팅 전략을 담당했고, 2007년 한국에 들어와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장을 지냈다. 2009년 KT 최초의 전무급 여성 임원으로 영입돼 개인고객전략본부장과 통합고객전략본부장을 맡다가 지난해 6월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