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 "올해 신사업 정착으로 활로 모색"
by류의성 기자
2008.01.16 11:27:21
(CEO탐방)`38년 엔지니어 외길` 이해성 사장
월드컵용 축구공원단 공급후 환율·유가에 주춤
초전도 마그네트·메디컬소재 사업서 활로 찾기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메디컬소재와 초전도 마그네트, 반도체용웨이퍼제조 등 새로운 사업으로 매출을 다각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해성 덕성 대표이사()의 올해 경영 목표다.
덕성(004830)은 1966년 설립, 국내 처음으로 인조피혁을 생산했다. 지난 1987년 거래소에 상장된 덕성은 의류와 가구, 신발에 쓰이는 인조피혁을 생산했다. 90년대 초반에는 리복과 나이키 등 세계적인 스포츠웨어회사에 운동화용 인조피혁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2000만달러 수출의탑을 수상했다.
2000년 들어 덕성이 한때 유명세를 탔던 이유가 재미있다. 바로 세계 최대 축구게임대회인 월드컵 덕분. 이 회사는 2002 한일 월드컵의 공인구인 `피버노바`와 2006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 유로 2004 공인구인 `로테이로` 제작에 필요한 원단 공급권을 따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덕성은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지난 2006년 이후 실적이 부진했다. 게다가 중국 영향으로 인조피혁 가격 경쟁력이 감소되는 악재도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덕성이 선택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통한 활로 모색이다. 초전도 마그네트사업과 창상피복제 등 메디컬소재사업, 반도체용 전자재료 등이 그 것이다.
초전도 마그네트와 메디컬소재사업. 인조피혁 생산에서 잔뼈가 굵은 덕성과는 선뜻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본래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업에 손을 대는 악수를 두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이 사장의 해답은 명쾌했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입사 이후 회사를 지켜오면서 본래 사업과 관련된 것에 집중해왔습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모아야죠.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해 일확천금을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그의 설명은 계속됐다. "인조피혁사업을 하면서 핵심원료인 합성수지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합성수지 자체 기술 확보에 투자를 하게 됐고 고분자 합성기술 축적과 수지합성 제조기술을 보유한 자체생산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 사장의 진두지휘로 개발해 낸 이 기술은 덕성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응용기술을 통해 자체합성반응물에 의한 특허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패널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용세정제를 개발해 전자재료사업부를 운영했다. 합성피혁 제조기술을 응용해 IT용 가스켓과 폴리싱패드, 큐션패드를 개발했고 이를 실리콘웨이퍼와 반도체공정용 연마포, 휴대폰 등 첨단산업용 인조피혁 소재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쉽게 얘기하면 덕성이 생산해 온 인조피혁은 원단에 코팅액을 붙인 것으로, 전문용어로는 일반 섬유에 폴리우레탄수지를 코팅해 입힌 것이다. 창상피복제나 반도체용 전자재료는 인조피혁 생산 기술능력을 첨단화 및 고도화해서 압축한 것이라는 얘기다.
덕성은 2006년 실리콘 단결정 성장용 초전도 마그네트 상용화에 성공했고, 작년 양산시스템을 구축해 4대의 초전도 마그네트를 국내외에 공급했다. 작년 10월에는 하이드로콜로이드형 습윤드레싱재(창상피복제)인 `아리노`를 개발해 한미약품을 통해 시판에 들어갔다. 피부에 난 상처를 보호하면서 딱지 발생이 없도록 해 살이 돋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반창고다.
덕성은 작년 아리노가 신의료기술로 결정고시됨에 따라 올해 병원에 본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에는 해외특허를 출원했으며, 올해 상반기 유럽 CE마크와 미국 FDA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제조시장과 솔라셀(Solar Cell)용 단결정웨이퍼 제조시장이 성숙되고 있어 올해 8인치와 12인치 공급업체로 자리잡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덕성은 과거 월드컵 공인구 원단 공급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에 쓰일 원단 납품 경쟁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작년에는 환율하락과 유가 등 국내외 여건이 무척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비용절감과 생산 아이템 조정과 집중화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신사업 등 고부가 제품에 대한 매출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향상해 나갈 계획입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1942년 생으로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그는 지난 1970년 덕성에 생산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이사와 상무, 전무를 거쳐 지난 1990년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했다. 이희덕 덕성 회장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고사하다 할 수 없이(?) 지난 1994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40년 가까이 덕성을 지켜오며 회사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장의 강력한 후원과 믿음 때문이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 사장은 "최근에는 경영성적이 안좋았지만 창립 이후 덕성은 한번도 적자를 내 본적이 없고, 상장 이후 배당 한 번 안한 적이 없습니다. 2007년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매출은 780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경영 철학이요? 그저 정직하고 진실하게 일하면 모든 길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1942년 서울 생
-1960년 서울고 졸
-1967년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졸업
-1966년 아시아시멘트 입사
-1968년 대양화성 생산계장
-1970년 덕성 생산과장
-1973년 덕성 이사
-1976년 덕성 상무이사
-1986년 덕성 전무이사
-1990년 덕성 대표이사 전무
-1994년~ 현 덕성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