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800원시대?)④금리인상 행진에 암초

by권소현 기자
2007.10.02 13:45:56

"금리 올릴 경우 외자유입 더 늘어 환율 급락할 수도"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지난 8월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유일하게 금리인상에 반대표를 던진 강문수 위원이 금리동결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내세운 논리중 하나이다.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점을 뚫고 내려가면서 800원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확산됨에 따라 통화정책 당국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제 원자재가격과 다시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활황기를 되찾은 주식시장의 열기, 회복추세를 이어가며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소비 경기 등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고려해야 할 시점.
 
그러나 이는 내외 금리차와 현선물 환율차이를 노린 해외자금의 유입을 촉진해 환율의 급락세를 야기할 수도 있다.
 


지난달 한국이 금리를 5%로 동결한 반면 미국은 4.75%로 50bp를 인하했다. 한미간 정책금리는 지난 2005년 8월 이후 2년여만에 역전됐다.

이미 한국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벌어진 선물과 현물간 차이 때문에 미국 금리가 더 높았을 때에도 해외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돼왔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우리가 추가 인상에 나서면서 금리차이를 벌릴 경우 이는 더 많은 자금들이 해외에서 몰려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시 재정거래 기회(10월1일 3년물 선물환율 기준)

현재 한국의, 정책금리는 미국보다 0.25%포인트 높다. 미국에서 돈을 빌려 한국 채권에 투자하면 그 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환리스크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중공업체들이 주로 거래하는 3년짜리 선물환은 현물환에 비해 7.6원이나 낮은 상태(1일 기준)다.
 
지금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산 뒤 3년 뒤에 다시 달러로 바꾸기로 계약한다면 현선물 환율차이 만큼 비율(스왑 레이트)인 0.83%포인트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미간 금리와 환율차이를 이용해 앉아서 108bp를 아무 위험도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 콜금리가 5.25%로 인상될 경우 현선물 환율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이같에 따른 재정거래 차익은 25bp 높아진 133bp가 된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 보다 낮았을 때에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선물환 환율 때문에 재정거래 기회는 컸다.
                        ▲올들어 스왑 베이시스 추이

스왑 레이트와 한미간 금리차를 반영한 통화스왑(CRS) 금리와 이자율스왑(IRS)금리의 차이인 스왑 베이시스는 1년물의 경우 올초 -20bp대에 불과했으나 점차 확대돼 지난 8월에는 -100bp를 넘어섰고 서브프라임 우려가 고조됐던 지난 8월에는 사상 최대치인 -188bp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재정거래를 통해 취할 수 있는 수익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8월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발행 장기채권 매수를 위해 들여온 자금은 총 47억8280만달러로 전달보다 34억달러(3.5배) 급증했다. 이는 사상 최대기록이었던 지난 2004년 2월의 14억4000만달러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국내외 금리차이와 현선물 환율차이를 활용, 국내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들여온 외국계은행의 단기외채도 사상 4번째 규모인 60억5000만달러로 불어났다. (관련기사: 8월중 외국인 국내채권 순매수 사상최대치로 폭증 )



동양선물 이재형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미간 금리역전으로 재정거래 기회가 더 많아졌다"면서 "금리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관리하기에는 금융환경이 너무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유동성이 워낙 해외에서 유입되기 때문에 한은이 원화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만약 차입구조를 막는다고 해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은의 정책 자체가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7일 '제15차 중앙은행 세미나' 개회사에서 "해외 요인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의 금리, 환율 등 주요 정책변수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는 등 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