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상점·텅 빈 도로…'베이징 봉쇄' 일촉즉발[중국은 지금]

by신정은 기자
2022.05.08 17:30:20

재택근무에 초중고 수업도 중단
확진자 나온 지하철 구간도 폐쇄
팡산구 등 감염자 들어 전수검사
아시안게임 연기 결정후 긴장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제로코로나’로 인한 봉쇄 우려 속 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은 조용한 모습이다. 주말임에도 길가에는 코로나19 검사 구역을 제외하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텅 빈 도로. 문 닫은 상점. 베이징은 아직 봉쇄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딱히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노동절 연휴가 끝난 지난 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번화가 궈마오 인근의 퇴근길 모습.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속 재택근무를 권고하며 도로가 썰렁하다. 사진=독자제공
8일 베이징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수는 62명(무증상 감염자 18명 포함)으로 지난 5일 70명대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위드코로나’를 향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감염자수가 많지는 않지만 감염자가 1명만 나와도 해당 아파트를 폐쇄하는 ‘제로코로나’의 중국에선 긴장감이 여전하다. 지난달 22일부터 베이징에서는 700명에 가까운 감염자가 나왔다.

차오양구(區)는 베이징에서 가장 감염자가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전날부터 9일까지 또 3차례 전수 핵산(PCR) 검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미 6차례 전수검사를 마친 데 이어 추가로 3차례 더 진행하는 것이다. 감염자가 최근 늘고 있는 펑타이구, 팡산구와 이밖에 지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단지 인근에선 전날부터 전수 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4월30일~5월4일)가 끝났지만 베이징은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전역의 유치원, 초·중·고 등교 수업은 일주일간 중단됐고 공연장, 유흥업소, PC 방은 물론 헬스장 등 실내 체육 시설도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노동절에 도입했던 식당 내 식사 금지 정책도 유지되고 있다.

차오양구는 전원 재택근무를 권고해 출퇴근 시간에도 시내 도로가 전혀 막히지 않는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통제된 지역을 지나가는 일부 지하철 구간을 폐쇄했으며 시내버스 노선도 변경하거나 중단했다. 팡산구도 9일까지 전수 PCR 검사를 실시한다면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이런 조치들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베이징도 상하이처럼 전면 봉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의 연기가 결정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아시안게임은 올해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 예정이었으며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올해 6월26일 열릴 계획이었다.

7일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아파드 단지에 코로나19 PCR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중국 매체들은 두 대회가 연기된 사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 연기 발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로코로나 정책이 과학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자평하며 ‘제로코로나’를 고수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중국은 올가을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무리하게 국제대회를 치르기엔 오미크론 확산 우려와 방역 실패 책임론 등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가 수도 베이징은 전면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베이징 시민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PCR 검사를 받도록 방역지침을 세운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어 차츰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