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대신 CVIP 띄운 이인영…"北, 새로운 시작에 화답하라"
by정다슬 기자
2020.09.07 09:10:00
"변화를 기다리고 상황에 내맡기는 태도로는 남북의 미래 열 수 없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시대를 열자”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으로 사용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본떠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도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7일 열린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 개회사에서 “이 새로운 시작에 화답하는 북측의 목소리를 기대한다”며 북한이 침묵을 깨고 다시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남북의 시간을 함께 만들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지난 70년 남북관계가 말해주듯 변화를 기다리고 상황에 내맡기는 듯한 태도로는 결코 남북의 미래를 열 수 없다”며 “우리는 열린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얼음을 깨며 항로를 열어가는 쇄빙선과 같은 태도와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엄격한 제약조건 속에서 이 장관은 동서독 통일에 공헌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말을 인용,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북 제재의 틀에 포함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의 교류를 재개하는 이른바 ‘작은 기획’을 언급하며, “이는 보건의료, 공동방역, 기후환경 등 우리 삶의 문제에서부터 상생과 평화의 물꼬를 트이게 하는 실질적인 협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남북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면, 회복된 신뢰를 토대로 더 큰 대화와 협상의 장을 열겠다”며 “남북은 호혜적 협력을 통해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북미 비핵화 대화의 큰 흐름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