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내년에 더 어렵다”..한은도 조정할듯

by최훈길 기자
2018.10.09 17:02:55

OECD·IMF 등 10개 기관, 2%대로 전망
당초 전망보다 낮춰..한은, 18일 발표
무역 갈등·美 금리·일자리 감소 ‘삼중고’
김동연 고심 “정부 대책, 현장 체감 미흡”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최훈길 김정남 기자] 한국경제 상황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내년 성장률을 당초 전망보다 낮춰 2%대로 잇따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갈등, 미국의 금리 인상, 일자리 감소 등 국내외 악재가 여전해, 문재인정부 경제팀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9일 국내·외 10개 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합한 결과, 올해 성장률은 2.7~2.9%를, 내년 성장률은 2.5~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은 각각 2.9%, 2.9%를 전망한 상태다. 국내·외 다수 기관들이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7%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 3월과 5월 제시했던 전망치(3.0%)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9일 당초 올해 전망치(3.0%)보다 0.2% 포인트 낮은 성장률 2.8%를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국내 전망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오는 18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2.8%로 하향할 게 유력하다. 지난 7월 당시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춘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내리는 것이다. 한은은 매년 1·4·7·10월 네 차례에 걸쳐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조정해 발표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지난 7월 전망 시점 이후 나온 각 경제 통계 수치로 미뤄볼 때 성장과 물가에 대한 종전 전망치가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국내 일자리 충격 등 하방 리스크가 많아지고 있다는 기류가 있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외에 물가상승률과 신규 취업자 수도 함께 내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2.5%), 현대경제연구원·IMF(2.6%), 한국개발연구원(KDI·2.7%)은 기재부·한은 전망치보다 낮은 성장률을 전망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에 반도체를 빼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년 전망(2.7%)이 점차 현실화되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내달 초에 올해·내년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은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 순환변동치가 0.2포인트 하락해,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통계청, 학계는 동행종합지수가 6개월 이상 연속 하락할 경우 통상적으로 경기전환점 발생 신호로 보고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한다. 하반기 지표에 따라 ‘한국경제 진단서’가 나오는 셈이다. 최근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희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과장은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 장기화,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가 하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고용·건설 지표 등이 안 좋아 동행 순환변동치가 장기간 하락세”라고 진단했다. 오는 12일 발표되는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자리 문제 해결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9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9개 고용·산업위기지역 기초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목적예비비 편성 등으로 정부가 그동안 여러 위기지역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체감이 미흡하고 정책 시차 때문에 성과가 덜 나오는 것 같다”며 “빠른 시간 내에 집행되도록 예산 배정 전이라도 먼저 집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1~7월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조원 이상 세금이 더 걷힌 상황”이라며 “경기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감세 등의 대책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