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박삼구 회장이 1조 베팅 결심한 금호타이어는 어떤 기업?
by이민주 기자
2017.03.25 19:16:25
[이 기사는 2017년 3월 26일 7시에 이데일리 IB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김승범 이데일리 객원 애널리스트] 금호타이어는 매각 이슈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투자자와 일반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1조원 가량을 베팅해야 한다. 경쟁사인 중국 기업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써낸 9550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박 회장이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도대체 어떤 기업이기에 박 회장은 1조원을 베팅하려는걸까?
▷ 국내 2위, 글로벌 13위 타이어 제조사
금호타이어의 전신은 '삼양타이야'로 1960년 9월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가 설립했다. 당시 박인천 창업주는 서울과 광주를 주요 운송 구간으로 하는 금호고속이 급성장하면서 고속버스에 소요되는 타이어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고민 끝에 직접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삼양타이야를 설립했다.
| 금호타이터의 상징 로고들. 출처 : 금호타이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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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금호 타이어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연매출 3조원대의 기업이 됐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두고 있고, 광주, 곡성, 평택 공장 및 다수의 타이어 판매점을 운용하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는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타이어 생산공장 9곳을 두고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금호타이어는 현대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뿐만 아니라 다임러(벤츠)와 폴크스바겐·BMW 같은 글로벌 기업에도 타이어를 공급중이다. 또 한국군에 전투기 훈련기용 등 다양한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대지면적 약 53만㎡, 연면적 약 8만㎡규모의 생산공장을 설립해 미국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금호타이어 국내외 공장 현황. 2016년 9월 현재. 출처 금호타이어 사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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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생산 기업은 천연고무 및 합성고무 등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 변화가 큰 편이다. 또 글로벌 경기의 변동성이 점차 확대되고 환율 등 판매 환경 변화가 잦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타이어 시장은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3개사가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타이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각각 30%, 20%로 2, 3위를 기록 중이다.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이다. 금호타이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08%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 고점 대비 24.52% 하락한 주가
24일 현재 금호타이어는 전일비 1.17% 상승한 8,6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19일 1만 15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고점 대비 24.52% 하락한 수치다. 인수합병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가 최근 실적 공시에서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난 2월 13일 52주 신저가(7,530원)를 기록했다.
▷ 박삼구 회장 VS. 더블스타, 누가 품을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중국 타이업 기업 더블스타 사이에 금호타이어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주요 후보들이 호남 지역의 표심을 감안해 금호 타이어의 더블스타 인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3일 우리은행(14.15%), 산업은행(13.51%), KB국민은행(4.2%) 등 8개 금호타이어의 채권단은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보유지분 42.01%와 경영권을 9,550억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더블스타는 1921년 설립된 중국 기업으로 타이어, 관련 스마트 장비, IoT(사물 인터넷)를 활용한 클라우드 네트워크, 부동산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017년 현재 더블스타의 자산총계는 1조원,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 중국 타이어 기업 더블스타의 타이어 제품들. 출처 : 더블스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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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가 타이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당시 더블스타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칭그룹을 인수하면서 트럭·버스용 타이어(TBR)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2005년 동펑타이어를 인수하며 승용차용 타이어(PCR) 시장에 뛰어들었다. 칭다오와 시안에 2개의 타이어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TBR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더블스타는 일반 승용차용 타이거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되면 중국 내 최대 타이어 생산업체로 올라설 뿐만 아니라 글로벌 타이어 업계 순위도 10위권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금호타이어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하기도 했다. 더블스타가 영업현금 창출력이 떨어져 금호타이어의 재무 안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중국산 값싼 타이어가 국내 타이어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쌍용자동차처럼 국내 기술의 중국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블스타와는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확정짓는듯했다. 그러나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채권단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야권인사들이 더블스타의 금호 타이어 인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더블스타’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것을 조건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한대로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1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박 회장은 왜 1조원을 금호 타이어에 베팅하기로 결심한 걸까?
업계에서는 박 회장과 금호타이어와의 인연을 우선 꼽고 있다. 1967년 박 회장이 금호 그룹에 처음 입사한 곳이 금호타이어였다. 게다가 지난 2015년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재인수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해 그룹 정통성을 다시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박 회장의 경영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자 등 손실을 입었던 소액주주들은 박삼구 회장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2년 연속 적자
금호타이어는 작년 당기순손실 379억원으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3.1%, 11.7% 줄어든 2조9,472억원, 1,20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금호타이어는 6개 분기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6개 분기 동안 금호타이어의 순손실은 약 1,500억원 수준이다. 타이어 판매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있으나, 이자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로 실적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워크아웃 졸업 후 파업이 이어지면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지난 2012년 매출액 4조70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을 기록한 이후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또 고무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금호타이어의 원가율은 역주행했다. 반면 업계 3위인 넥센타이어의 성장으로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간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까지 처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속에서도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그룹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 고무가격 인상, 효과는 2분기부터
타이어 업계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등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이어 매출에서 천연 및 합성 고무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대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타어어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타이어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타이어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가 지난 1월 제품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제품별 인상 폭은 승용차용 타이어 3%, 트럭버스용 타이어 2∼4% 수준이다. 업계 2위와 3위인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한국타이어와 유사한 수준으로 타이어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톤당 1,200달러까지 떨어졌단 고무가격이 올 들어 2,000달러를 넘어섰다. 천연고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투기 자본이 고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타이어 판매 가격 인상 효과가 이르면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진우 애널리스트는 “1분기까지는 판매가 인상이 반영되지 못해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겠지만 2분기부터는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며 “1분기에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분석했다.
▷ 중국 및 미국 공장 정상화,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올해 하반기부터 금호타이어의 미국 조지아공장이 안정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조지아의 금호타이어 공장 전경. 출처 : 금호타이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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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게 되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한 금호타이어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지아주가 속해 있는 미국 남부 지역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어 이 회사들에 대한 안정적인 타이어 공급이 가능하다”며 “교체용 시장에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은 2008년 5월 착공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가 2014년에 재개돼 지난해 5월 준공했다. 총 4억5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공장은 대지면적 약 53만㎡, 연면적 약 8만㎡ 규모로 연간 400만 개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는 중국 남경공장 이전 이후 비용 발생 감소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호타이어는 중국 남경공장을 이전하는 데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중국 남경공장 이전작업도 마무리돼 올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지역별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고인치타이어를 출시해 판매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서도 금호타이어의 미국 조지아 공장과 중국 남경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장문수 애널리스트는 “2분기 이후 가동될 중국 남경공장과 하반기 미국 공장 정상화로 수익성 개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