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씨티은행 수수료 신설 막전막후

by노희준 기자
2017.02.17 08:47:54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총대 멘 씨티은행을 봐라”

KB국민은행이 수수료 신설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 사례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토할 수 있는 수수료 종류와 당국의 입장, 은행의 감내 수준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8일부터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씨티은행은 당초 2가지 수수료를 더 금융감독원과 구두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두가지 수수료는 ‘창구거래수수료’와 ‘통장발행(급)수수료’였다.

씨티은행이 논의했던 창구거래수수료는 국민은행이 검토 중인 같은 이름의 수수료와는 다르다. 씨티은행이 검토한 창구거래수수료는 ‘입출금수수료’다. 영업시간 내 창구에서 직원을 통해 자기 계좌에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때 내는 수수료다. 현재 이런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은 없다. 또한 통장발행(급)수수료는 거래건수 증가로 거래사실을 인쇄할 통장 종이가 다 돼 통장을 갱신할 때 부과하는 수수료다. 현재는 통장 분실 등 통장을 재발급할 때만 수수료를 은행들이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비공식적이지만 창구거래수수료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가 1000원이라면 계좌에 1000원 미만이 남아 있는 경우 소액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데다 국내에서 아직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계좌유지수수료만 해도 옛 제일은행이 고객반발에 부딪혀 폐지하긴 했지만 과거 2001년에 도입한 적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결과적으로 씨티은행이 약관변경 승인을 신청해온 것은 계좌유지수수료였다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한번에 세가지의 수수료를 동시에 신설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신설하려는 수수료에 창구거래수수료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두고 ‘실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국민은행이 만들려는 수수료는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내달 8일부터 신규 고객에 대해서만 계좌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일 때 지점 창구를 통해 거래하면 그 달에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실제는 이전에 존재했던 수수료인데 왜 전례도 없는 ‘엉뚱한 신설’ 수수료라는 딱지를 택했냐는 것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씨티은행이나 국민은행이나 수수료 신설에 ‘디지털 채널 사용’ 유도를 명분을 내걸거나 내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핀테크 등 그럴싸한 말 속에 수수료부과에 대한 반발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