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김병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총리 수락 철회해달라”

by선상원 기자
2016.11.07 09:46:09

대통령, 참여정부 출신 총리 앞세워 민심의 탄핵 모면하려 급급
정부여당의 시간지연책에 이용당하기에는 김 교수 너무 아까워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 대통령 모든 것 내려놓고 의회와 협력해야
의회결정에 순응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 등 헌법적 권한 행사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30여만명의 국민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는 등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병준 총리 내정자께 고언을 드린다.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총리 제안을 수락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그 믿음으로 감히 직언을 드린다. 그 마음으로, 그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총리 수락을 철회하고 현직에서 사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안 지사는 6일 저녁 늦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이미 민심의 바다에서 탄핵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고 도망가려고만 할 뿐 책임있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출신의 총리 임명자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비서실장을 앞세워 민심의 탄핵을 모면하려 급급하고 있다”며 이간이 밝혔다.

안 지사는 “거짓 눈물과 거짓 반성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시간 지연책에 이용당하시기에는, 내가 아는 김병준 교수는 너무 아까운 분이다. 하루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정표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안 지사는 “가을 들판에 농민의 한 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쌀값은 폭락하고 농협 마당에는 지난해 쌀도 소비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 농가와 조합은 파산 직전에 몰려 있다. 해마다 반복되고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쌀 과잉공급을 막고 적정 쌀값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지사는 이어 “한진해운 사태로 수출중소기업의 수출입선이 막혀서 수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위기에 빠져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결정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수십만명의 일자리와 부산 경남 일대의 지역경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국정은 표류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런데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 지사는 “행정부와 의회는 기능 정지되었다. 국정은 난파선처럼 표류하고 있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나서서 광장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며 국정수습책을 제안했다. 우선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담회에서 밝힌 국정주도 의지를 내려놓고 2선으로 후퇴할 것을 요구했다. 안 지사는 “대통령께서는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 임기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의회와 협의하겠노라 선언하라”고 한 뒤 “새누리당도 신속히 현 지도부를 교체하여 야당 지도부와 의회의 책임있는 협조 체계를 만들라”고 했다.

대신 의회는 난국을 수습하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지사는 “의회의 주도하에 국정 표류를 막기 위한 향후 국정 운영 계획과 일정을 확정하자. 이 의회의 결정에 대통령이 순응하지 않는다면 의회는 모든 헌법적 권한을 행사하겠노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 대통령이 끝내 2선 후퇴를 결단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규정된 탄핵소추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안 지사는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국회가 나서 이 난국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이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얘기하며 국민들의 하야 촛불에는 거리를 둬왔다. 그러던 안 지사가 조건부 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2선 후퇴와 의회가 주도하는 국정운영 계획과 일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한 발 옮겨갔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태도를 봤을 때,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한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