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실세` 부왕세자와 오바마, 무슨 얘기 나눴나

by이민정 기자
2016.06.19 15:36:49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30) 부왕세자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다. 미국이 주도한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소원해진 양국의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사우디 왕위서열 3위지만 국방장관과 경제개발회의 의장을 맡아 사우디의 경제 개혁을 이끌며 사실상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에서나 쓰이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례적으로 사우디 정상이 아닌 빈 살만 부왕세자를 맞이했다. 중동의 중요한 우방인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관계 개선 바람과 부왕세자에 대한 기대가 엿보이는 측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크탱크인 워싱턴인스트티튜트의 사이먼 핸더슨 연구원은 “빈 살만 부왕세자는 공식적으로는 왕위서열 3위지만 실제로는 왕이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며 “현재 사우디 국왕은 자신의 아들인 그가 왕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식 왕위서열 2위는 현 국왕의 조카인 무함마드 빈나에프(57) 왕세자 겸 내무장관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빈 살만 부왕세자는 중동 안보를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인 시리아, 예멘, 이라크 문제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시리아 문제를 놓고 여전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사우디와 미국 모두 시리아 독재자 바사르 알-사드에 맞서 시리아가 정치 개혁을 이뤄야 하는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시리아 반군 지원을 위해 대공 미사일 등을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불법적인 거래 등 잘못 쓰여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국정보부(CIA) 국장, 재무부·국방부·통상·에너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는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만날 계획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사우디의 공식 면담 신청을 사무총장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엔이 앞서 사우디가 참여하고 있는 예멘 국제동맹군이 지난해 예멘 아동 1000명을 살상한 책임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 격화되고 있는 유엔과 사우디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엔은 보고서 발표 후 국제동맹군을 아동 인권침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가 사우디의 `유엔 구호 프로그램 지원 중단` 위협으로 동맹군을 한시적으로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제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