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北 인권문제 역설

by장영은 기자
2015.03.04 09:40:24

조태열 외교2차관,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연설
북 인권문제 개선 촉구…일본 군위안부 문제 해결 중요성 강조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 고위급회기를 계기로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현지시간으로 3일 열린 고위급회기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리수용 외무상의 기조연설 내용을 정면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차관은 최근 탈북민 신동혁씨의 자서전 증언 번복을 빌미로 탈북자들의 증언과 대북 인권결의를 전면 부정하는 북측 태도에 대해, “북한은 과거 증언 내용을 바꾼 탈북민 한 사람의 고백을 빌미로 진실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매우 애처로운 모습이며 동족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차관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해 북한당국이 천명한 OHCHR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의지를 조속히 행동으로 옮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 및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제의에 북한 당국이 적극 호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고위급회기에는 리수용 외무상도 북한 외무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대표로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조 차관에 앞서 기조연설을 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 내에서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체제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적대세력이 관심을 두는 것은 오직 죄를 짓고 부모 처자마저 버리고 도주한 탈북자라는 인간쓰레기들 뿐”이라며 “자기의 조국을 비법적으로 떠난 순간부터 그들은 조국의 적으로 되기 마련이고, 범죄자들로서는 도망가 목숨을 연명하려면 적대세력의 구미에 맞게 조국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했다.

조 차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조 차관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일 양자협의에서 할머니들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존엄과 자존심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저나 여러분들처럼 그들도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자긍심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안고 이 세상을 떠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 차관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며 “본 정부가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일 양국에게 공동 번영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