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인기 '北 소행' 결론…결정적 증거는 못 찾아

by최선 기자
2014.04.11 12:00:00

군사시설 밀집지역 상공 비행·무인기 형태와 색상 등 증거
복귀좌표 및 이륙지점 확인 못해

군 당국이 최근 발견된 무인기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군 당국이 최근 연달아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군 당국이 북한 소행의 근거로 제시한 것 외에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정황 증거만으로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방부는 지난달 말께부터 경기도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제 추정 소형 무인기에 대한 중앙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는 기체를 공개했다.

군 당국이 이들 무인항공기를 북한 소행으로 추정한 근거는 크게 3가지다. △무인기가 이동한 경로가 군사시설 밀집지역 인근이었다는 점 △2012년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에 공개한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와 색깔(하늘색)을 갖췄다는 점 △국내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 6개 발견됐다는 점 △항속거리(연료를 모두 사용할 때까지 비행 가능한 거리) 200km로 주변국에서 발진하기엔 짧은 거리라는 점 등이다.

특히 파주 무인기의 경우 1번 국도에서 북-남-북 방향으로,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대청도 방향으로 비행하는 등 군사시설이 밀집된 지역의 상공을 이동하며 사진을 촬영했다는 점이 대공용의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에는 북한 상공 사진이 찍혀있지 않은 데다, 군은 무인기의 인공위성위치정보(GPS) 복귀좌표를 해독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포착하지 못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CPU 등 내장된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어디서 발진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이는 민간 전문가들이 규명해야할 점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3대 무인기에는 우리나라 부품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체코 등 여러 나라의 민간용 부품이 사용됐다. 비군사용이기 때문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엔진, 카메라, 컴퓨터 칩 등 부품을 이용한 것. 부품과 낙하산에 적힌 제조사, 제조번호 등은 모두 지워져 고의성이 짙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는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사업단장을 팀장으로 하는 과학조사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국내 전문가 외에 미국 전문가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조사전담팀은 GPS 복귀좌표 해독과 비행경로 분석을 통한 이륙지점 확인 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정부는 추가 조사 결과 북한 소행임이 최종적으로 결론나면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할 방침이다. 군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게 강력히 경고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등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